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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Tech & BIZ] 폭탄 1t 싣고 나는 '킬러 드론'… 곧 떼지어 작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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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군이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무인 드론으로 사살하면서 군용 드론의 파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간의 이목이 쏠린 대목은 드론의 조종이 사건 현장인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이 아닌, 이로부터 약 1만2000㎞ 떨어진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미군 공군기지 내 조종실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공격은 미리 찍어둔 좌표를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의 실시간 동선을 추적해 공격을 하는 '임기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실시간으로 드론을 조종해 요인을 암살하는 공상과학(SF)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음으로 작전하는 '헌터 킬러'

미군이 이번 솔레이마니 사살에 사용한 드론 'MQ-9 리퍼(Reaper)'는 '하늘의 암살자' '헌터 킬러'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장시간 고고도 체공이 가능하고, 목표물을 골라 타격할 수 있다. 리퍼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촬영용 드론과 달리 작은 비행기처럼 생겼다. 몸체 길이는 11m이고, 20m 폭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싣지 않았을 때의 무게는 약 2.2t, 여기에 무기 등을 약 1.7t 더 실을 수 있다. 시간당 최고 482㎞ 속도로 항속할 수 있으며, 한 번 급유를 하면 5926㎞를 갈 수 있다. 특히 작전 중에도 무음(無音)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에서도 미리 바그다드 공항의 1만5000m 상공에 조용히 대기하다가 솔레이마니 일행이 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하자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원격조종

미국 현지에서 실시간 원격조종이 가능한 건 인공위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의 공군 기지에서 명령 신호를 보내면 해당 신호가 인공위성을 통해 드론에 전달된다. 드론 앞쪽에 인공위성용 안테나가 있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명령을 수신할 수 있다. 또 드론 몸체 아래쪽에는 적외선 카메라, 레이저 거리 측정 장비 등이 통합된 최첨단 센서(MSTS)가 장착되어 있다. 원하는 표적을 정밀하게 분간하고, 실시간 비디오 촬영도 한다. 이 영상도 위성을 통해 조종실로 전달된다. 만약 중간에 미국 본토 조종사와 통신이 끊기면, 드론은 가까운 미군 기지에서 추가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상공에서 대기한다.



이 영화 같은 군사 드론에 대한 아이디어는 크로아티아 출신 니콜라 테슬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최고의 발명가였던 그는 1900년대 초 원격조종 무인 비행기로 공중전을 펼치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이디어가 구체화돼 나타난 것이 1918년 미국의 발명가 찰스 케터링이 만든 '케터링 버그'다. 비행기처럼 생긴 나무 몸체에 폭탄을 싣고 약 120㎞를 날아가 자폭하도록 설계됐지만 곧 1차 세계대전이 끝나 활약하지는 못했다.

이후 드론은 컴퓨터 기술 진보에 따라 1980년대 접어들면서 빠르게 진화했다. 특히 1982년 레바논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의 정찰 드론이 실시간으로 적의 동태를 송신해 각국의 관심이 쏠렸다. 리퍼의 전신인 미군의 'MQ-1 프레데터(Predator)'는 위성 기술을 적용한 첫 드론이다. 1990년대 중반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등 굵직한 작전을 거치면서 정찰용에서 공격용으로 개조되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드론 한 대가 단독 작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떼 지어 공습에 나서는 일도 벌어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그렘린'이라는 소형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수송기에서 그렘린 수십대를 뿌리면 이들이 무리를 지어 작전을 수행한다.

◇중국은 중동에 군사 드론 판매

미국산 드론의 기술적 우위에 중국산 드론도 '가성비'를 내세워 도전하고 있다. 특히 동맹국을 제외하고는 드론을 수출하지 않는 미국에 비해, 중국은 중동 등지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판매 중이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무인 비행기의 시초인 ‘케터링 버그’의 1918년 모습. 나무로 만든 비행기 형태로, 폭탄을 장착할 수 있었다.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크리치 공군기지에 위치한 드론 ‘MQ-9 리퍼’ 조종실의 모습. 조종사가 내린 명령은 인공위성을 거쳐 리퍼에 전달된다. 중국의 군사용 드론인 ‘차이훙(彩虹) CH-5’의 모습. 중동 여러 국가가 해당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군·중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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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군용 드론의 대표 모델은 중국항공우주연구원(CAAA)이 개발한 '차이훙(彩虹) CH-5'다. 2017년 생산되기 시작한 이 모델은 정찰과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날개 폭 18m, 최고 시속 180㎞로 최대 30시간 동안 작전이 가능하다. 무기도 0.3t가량 실을 수 있다. 2022년에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CH-7이 나올 전망이다. 차이훙뿐 아니라 공격에 좀 더 방점을 찍은 윙룽(翼龍) GJ 시리즈도 해외에서 인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6년 중국으로부터 GJ-Ⅱ 30대를 구매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작년 5월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무인기인 윙룽으로 리비아 반군 도시를 타격했다.

특히 중국산 군사 드론은 가격이 저렴해 자금력이 부족한 반군 등 '빈자(貧者)의 공군' 역할까지 하고 있다. 201 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리비아 반군이 중국산 드론을 사용했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드론이라는 '창'이 날카로워지자, '방패' 격인 안티 드론 기술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에만 안티드론 기술 개발에 약 9억달러(약 1조원)를 썼다. 드론 방어는 '탐지→식별→추적→무력화(요격)' 순으로 이뤄진다. 잘 알려진 방식은 드론에 방해 전파를 발사해 조종 불능 상태로 만드는 '소프트 킬(Soft kill)'이다. 라디오 통신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교란시키는 '재밍(Jamming·전파교란)'이 대표적인 예다.

☞드론(Drone)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 무인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 1935년에 영국의 무선 조종 비행체는 드론이 아닌, '퀸비(Queen bee·여왕벌)'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후 미군이 '드론(Drone·수벌)'이란 프로젝트명으로 무인비행기 연구를 시작하면서 해당 용어가 무인기를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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