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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운전자' 역할 빛난 KBO, FA 제도 변경 만장일치 도출[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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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총재(왼쪽)와 류대환 사무총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대승적 차원의 통 큰 양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운전자’ 역할도 빛났다. 침체 기로에 놓인 KBO리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구단의 이해관계를 뛰어 넘었다.

KBO가 20일 새해 첫 이사회(사장회의)를 개최하고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변경을 이끌어 냈다. KBO 정운찬 총재와 류대환 사무총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10개구단 사장들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각론에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10개구단 사장들도 “리그 불균형을 해소하고 선수 순환책을 찾아 팬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밀고 당기기로 점심도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등 6시간 가량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지만 끝내 이견없이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KBO 핵심 관계자는 “선수들을 위한 제도 개선은 구단간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크게 합의해준 사장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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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가 8일 창원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장에서 김종문 단장, 이동욱 감독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쟁점은 샐러리캡 도입 방식과 시행 시기였다. 난상 토론 끝에 오는 2022년 시즌 종료 후부터 샐러리캡을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를 포함해 사실상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은 각 구단의 현실을 반영해서다. 모그룹의 지원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당장 올시즌 후 양현종 최형우(이상 KIA) 이대호(롯데) 등 고액 연봉자들이 FA 재자격을 얻는다. 2022년까지 고액 FA 연봉 지급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샐러리캡 상한선을 새로 검토해 도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과감한 투자도 가능하게 했다. 가령 구단별 상위 40명의 평균 연봉 합산 금액이 100억원이면 샐러리캡은 120억원으로 설정된다. S급 선수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해 연평균 25억원이 더 들면, 샐러리캡 초과금액 5억원의 50%인 2억 5000만원만 제재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우승을 노리는 구단이 이정도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등급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당장 두산은 올시즌 후 재자격선수를 포함해 9명이나 FA 자격을 얻는다. 9명 전원이 A등급으로 묶여도 전력 손실이 불가피한데, 이들 중 B, C 등급이 나오면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 당초 팀내 연봉 3위 이내, 선수단 전체 연봉 30위 이내에 포함된 선수로 A등급 기준을 세웠던 것을 올해에 한해 상위 30명(FA 계약자 제외) 이내로 완화한 것은 두산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두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도 이견이 없었다. 두산이 특별히 크게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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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등이 1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20년 두산베어스 창단기념식’을 마친 뒤 단체 촬영을 준비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FA계약자를 제외한 상위 30위는 2019년 연봉만 기준으로 삼으면 2억 6500만원이다. 정수빈이 2억 4500만원으로 A등급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3년치 평균연봉 상위 30위로 범위를 확대하면 등급 조정 가능성이 있다. A등급은 보호선수 20명 외 1명과 지난해 연봉 200% 혹은 보상선수 없이 지난해 연봉 300%인 기존 제도를 유지한다. 선수 이동 폭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두산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선수를 A등급에 넣어둬야 그나마 전력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 두산 관계자는 “박수칠 정도로 완화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 기준보다 완화돼 불행중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A등급으로 분류된 선수를 다른 구단에 빼앗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KBO가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샐러리캡을 소프트 캡으로 완화해 구단이 작정하고 특급 선수를 영입할 여지도 남겨뒀다. B등급에 포함된 선수들은 구단 선택의 폭이 넓어져 이 전보다 더 활발한 이동을 할 수 있다. 선수들은 부상자 명단 도입, 1군 엔트리 증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큰 불이익 없이 그라운드를 밟을 토대도 마련됐다. 팬들이 찾아오는 리그를 만들자는 읍소는 사장들의 마음을 흔드는 결정타가 됐다”고 말했다. 의견대립이 첨예한 개별사안 1~2개는 표결에 붙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장일치로 합의를 도출한 배경은 ‘리그 흥행 재개’를 향한 KBO와 사장들의 한 마음이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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