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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말 많은’ 김의겸ㆍ정봉주ㆍ문석균 출마에… 입 닫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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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표심 돌아설 가능성 높지만 지도부는 입장 없이 정치적 셈법

“40%대 정당 지지율에 자만한 게 아니냐” 비판도 나와
한국일보

부동산 투기 논란을 빚은 김의겸(왼쪽부터)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으로 정계를 은퇴했다가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 세습’ 논란을 낳은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씨 등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줄지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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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5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투기ㆍ성추문ㆍ세습 논란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이름표를 달고 줄지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시대정신으로 ‘공정ㆍ미래ㆍ혁신’을 내세운 것과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중도층 표심이 돌아설 가능성이 큰데도 당 지도부는 21일까지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를 할 뿐, 별다른 입장을 내 놓지 않고 있다. “40%대 정당 지지율에 자만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 군산에서는 청와대 재직 당시인 2018년 서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민주당은 20일 김 전 대변인의 총선 예비후보 자격 심사에서 결정을 유보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상 적격으로 가는 수순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이 국민 정서를 거스르긴 했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등 당내 공천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당내 한 의원은 “비판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판단 같다”며 “하지만 김 전 대변인의 출마가 다른 지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은 최근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한 금 의원을 ‘내부의 적’이라고 저격하면서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도중 대학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정계를 떠났었다. 법정으로 간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성추행 자체가 아닌, 해당 대학생을 무고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었다.

정 전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기소된 의원들은 재판이 남았는데도 당에서 공천을 받는다”며 “나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와 오히려 논란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아직 출마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출마를 대비해 22일 당에서 실시하는 전ㆍ현직 의원 교육 연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의 ‘지역구 세습’ 논란에도 입을 닫고 있다. 문씨는 문 의장이 내리 6선을 한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냈다. ‘제 2의 조국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지만, 초선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20일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게 전부다. 당 지도부가 선거제ㆍ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을 지원한 문 의장의 심기를 살피느라 사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등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당 인사의 출마 적정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 감정만으로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2년 총선 당시 ‘김용민 막말 파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국 사태 등 각종 악재에도 민주당이 40% 전후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다 보니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말 한마디에 선거가 뒤집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여론은 김의겸을 ‘부동산 투기’, 정봉주를 ‘미투’의 아이콘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는 여론을 더 보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총선 격전지인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선거,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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