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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연합군에 참여않고 호르무즈 독자파병… 美와 이란 사이서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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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작전지역 3.5배 늘리는 방식, 대잠·대공 무장도 강화

국방부 "국회동의 필요없다"… 野 "임무 변경때도 동의 거쳐야"

국방부는 21일 아덴만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이란과 마찰로 중동 지역의 전운(戰雲)이 고조되자 우리 측에 호르무즈 호위 연합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확대하는 '독자 파병' 방식의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조선일보

아덴만 해역에 파병 중인 청해부대가 작년 3월 선박 호송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에 청해부대는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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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우리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고려,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 3900여㎞까지 확대되며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작전 구역이 기존(1130㎞)보다 3.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년 5월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됐고, 이후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송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아덴만 일대 해적 위협이 감소 추세에 있다"며 "오만의 살랄라항을 주(主) 군수보급 항구로 이용했던 청해부대는 작년 7월 이후 오만의 무스카트항과 지부티항을 오가면서 군수물자를 적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무스카트항은 아덴만이 아닌 오만만 일대의 항구로, 호르무즈해협과 가깝다. 청해부대가 이미 지난 7월부터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활동을 지속해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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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작년 말 청해부대 31진인 왕건함(4400t급)이 한국을 떠날 때 대잠·대공 능력을 이미 보강했다고도 밝혔다. 폭뢰와 어뢰, 잠수함 탐지를 위한 선배열음탐기(TASS) 등이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의 작전지역 변경은 청해부대 31진인 왕건함이 청해부대 30진인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한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적용됐다.

국방부는 파병이 아닌 '파견'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한정돼 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기 때문에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더라도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중동 긴장의 장기화, 국민과 선박의 안전, 안정적 원유 수급 등을 고려해 현 상황을 '유사시'로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전투부대를 보내는 데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건 사실상 '무늬만 파병'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국방부는 작년 7월엔 청해부대의 임무를 변경할 때 반드시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전투부대를 보내는 파병을 이제 와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법을 필요에 따라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IMSC에 참여하지 않고 이미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확대한 것은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된 호르무즈해협 일대의 안전 확보 노력에 동참하면서도 미국과 이란 중 누구의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은 주지 않기 위해 절충안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작년 말 이미 미국의 IMSC 참가 요청을 거절하고,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초계기만 파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다만 청해부대 소속 영관급 장교 2명을 바레인 IMSC 본부에 파견해 연락장교 형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자 파병 형식이지만, 미군과의 소통 채널은 열어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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