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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금지법(실검법) 실효성 없어…표현의 자유 억압 낳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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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공동 세미나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가 열렸다. 이화여대 최지향 교수, 동국대 정용국 교수, 법무법인 건우 이지은 변호사, 경희대 최민식 교수, 연세대 이상우 교수, 법무법인 세종 장준영 변호사 연세대 모정훈 교수, 순천향대 곽규태 교수(왼쪽부터)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구서윤 기자


매크로를 금지하는 법안이 실효성 없는 과잉입법이고 이용자가 갖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희대 최민식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공동 세미나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주제 발표에서 "매크로를 금지하는 법안들을 보면 공격자와 피해자에 대한 구분 없이 발의되고 있고, 이미 존재하는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죄'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계속해서 정보통신망법에 추가하려는 게 무슨 논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네이버, 다음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ISP)에게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인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피해당사자인 사업자에게 거꾸로 책임을 묻는 구조"라며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려면 사전적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확대해석하면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크로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댓글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조작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금지법안이 발의된 후,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 등이 실검을 장악한 이후 다수의 개정안이 추가 발의됐다. '실검법'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만 25개에 이른다.

매크로가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댓글과 실검 조작을 막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매크로 금지법)에 합의했다.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를 이용, 서비스를 조작해서는 아니 되고 ▲누구든지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는 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매크로가 여론조작의 도구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매크로 조작에 대한 문제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매크로 금지법은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부당한 목적', '누구든지' 등 법안에 등장하는 단어 자체가 모호하고, 사업자에게 실현 불가능한 의무를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 모정훈 교수는 "매크로도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드루킹 사건은 간단한 방식이 아닌 굉장히 복잡한 고난이도로 이뤄졌다"며 "매크로도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프로그램을 법안으로 정의하는 경우 지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안이 개정된 이후 새로운 매크로가 등장할 때마다 차단하면 많은 자원이 낭비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하나의 IP 주소로 계속 매크로 행위가 발생하면 사업자가 막기 쉽지만, 요즘 공격을 보면 수천대의 좀비PC가 동시에 전송하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선 서비스를 닫지 않고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국에 포털에 기술적 부담을 과중시켜 댓글서비스를 닫는 방향으로만 갈 것이라는 우려다.

이화여대 최지향 교수는 "요즘 인터넷 사업자가 실검 자체를 없애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실검은 국민들 사이에 공유경험을 형성하고, 사회를 감시하는 등의 순기능도 없지 않다"며 "이런 것을 막도록 하는 방향은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크로가 주는 영향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고 여론 조작이라는 단어가 불필요하게 위협적으로 쓰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국대 정용국 교수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을 찍은 사람들이 드루킹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없다"며 "여론조작이란 단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과거 권력에 의해 미디어가 통제받는 상황을 겪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여론은 단지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주변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수천수만개의 여론이 사회에 존재하는데 마치 한 곳에만 여론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사회는 여론을 형성하는 세력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것이지, 그걸 차단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은 연세대 이상우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경희대 최민식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동국대 정용국 교수, 이화여대 최지향 교수, 연세대 모정훈 교수, 순천향대 곽규태 교수, 법무법인 세종 장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건우 이지은 변호사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구서윤 기자 yuni251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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