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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잠자리 산 채로 먹어라”…신병 잡는 해병대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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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해병대 병사 간 가혹행위 사건’ 21일 발표

“성희롱·폭언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가혹행위 벌어져”

“해병대, 병영 부조리·인권 개선해야”…가해자 고소 예정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부대에 갓 전입한 해병대 신입 병사가 선임 병사로부터 살아 있는 잠자리를 먹으라는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군 인권단체의 폭로가 나왔다. 상습 폭언과 성희롱에도 고통받던 해당 피해자는 공황 발작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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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1사단 병사 가혹행위·성희롱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해병대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가혹 행위가 발생해 해당 피해자가 군인권센터에 상담과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러한 병영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선 꾸준한 인권 교육과 지휘관들의 관심, 외부와의 감시와 협력이 동반된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해병 1사단 예하 한 부대에 전입한 A이병은 전입 3일 만에 중대원들과 태풍 피해 복구지원 작업에 나섰다. A이병은 작업 장소로 이동하던 중 김모 상병에게 갑자기 “너 같은 XX만 보면 화가 난다”등의 폭언을 들었다. 이밖에도 A이병은 김 상병에게 “말라 비틀어져서 여자랑 XX는 할 수 있느냐?”라는 말을 통해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병은 작업을 마친 뒤 잠자리를 잡아와 “너 이거 먹을 수 있느냐?”, “이거 못 먹으면 죽는다”, “네가 먹는다고 대답했다”며 A이병을 협박했다. 입을 벌리라는 선임 병사의 요구에 A이병이 마지못해 입을 열자 김 상병은 A이병 입 안에 잠자리를 집어넣었다. A이병은 잠자리를 먹으라는 김 상병의 강요가 계속됐는데도 주변 동료 해병들이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이병은 이 때문에 우울증 진단 등을 받고 폐쇄병동에 입원했으나 결국 의병 전역(복무 중 질병 등으로 복무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하는 조기 전역)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건 이후 A이병은 수치심, 모멸감,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공황발작,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며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반복되는 극단적 선택 시도와 악몽으로 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기수 열외 등 신고 이후 처할 상황들이 두려워 피해자들이 신고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이병 역시 ‘선임을 찌르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 해병대의 악습과 자신을 외면한 동료 해병들, 신고 이후 예상되는 2차 가해 등이 떠올라 신고를 주저했으며 결국 재차 극단적 선택 시도를 한 뒤에서야 군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소장은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접수한 해병대 인권 침해 상담은 총 35건”이라며 “개 흉내를 내며 엉덩이를 흔들고 네 발로 돌아다니게 하고, 치약으로 머리를 강제로 감기는 등의 가혹행위가 아직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병영 부조리는 단시일 내, 특정 정책의 입안을 통해 온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며 “군대 내 폭력은 한두 명의 비정상적인 가해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군 조직 내에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군대 문화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병영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선 지속적 관심과 노력, 반복적인 교육, 외부의 감시와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인권센터 측은 해당 가혹 행위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법적 지원을 하면서 확인된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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