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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LPGA 미국 여자 프로골프

'한 홀에서 죽을 때까지' LPGA 7개 홀 연장전 적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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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중앙일보

박인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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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개막전에서 7홀 연장전이 벌어졌다. 한국시간 20일 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끝난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다. 가비 로페스(멕시코)가 박인비. 하타오카 나사와 연장전을 벌여 승리했다. 박인비는 3차 연장에서 패했고, 어두워져 다음 날 치른 7차 연장전에서 하타오카가 물러났다.

특이할 점은 연장전을 한 홀에서, 그 것도 핀 위치와 티잉그라운드를 바꾸지 않고 치렀다는 것이다.

연장전은 가능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선수를, 가능한 빨리 가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장전 홀 배치는 적절하지 않다.

경기 위원회는 대회 시작 전(한국에서는 연장전을 치를 것 같으면) 연장전 방식을 정한다. 연장전은 크게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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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 로페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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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홀에서 승부가 나면 바로 끝나는 서든데스(sudden death)와 몇 개 홀을 치러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남자 대회 중 메이저인 디 오픈(3홀), PGA 챔피언십(3홀), US오픈(2홀)은 합산 방식을 쓴다. 다른 홀들의 스코어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마스터스는 서든 데스다. 그러나 승부가 안 나면 곧바로 다른 홀로 옮긴다. 18번을 하고 10번으로 간다. 일반 대회는 서든데스가 대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두 홀을 치르고 다른 홀로 옮긴다.

LPGA 투어 측은 “토너먼트 오브챔피언스의 경우 18번 홀이 다른 홀들과 긴 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갤러리 이동이 어려워 한 홀에서 계속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홀에서 해야 했다면 왜 하필 파 3홀이어야 했나. 김용준 KPGA 경기위원은 "파 3홀은 선수를 종합 평가하기 어렵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쇼트 게임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파 4나 파 5홀이 적절하다"고 평했다.

거리도 문제다. 대회 18번 홀은 파 3홀 치고는 매우 긴 197야드로 조성됐다. 남자 대회로 치면 240야드 정도의 홀이다.

박인비는 5번 우드로 티샷했다. 5번 우드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핀에 가깝게 붙이기 어려운 클럽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홀은 한두 홀 치른 후 티잉그라운드를 바꿔 미들아이언 등을 테스트하는 것이 옳다. 박인비의 장점은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18번 홀은 매우 어렵다. 긴데다 핀은 연못 근처에 꽂혔다. 이렇게 어려운 홀에서 빨리 경기가 끝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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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홀 연장 끝에 승리한 신지애(왼쪽)와 패자 폴라 크리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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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신지애와 폴라 크리머가 9홀 연장전을 치렀다. 매우 어려운 18번 홀에서 두 선수는 8차례 연장전까지 모두 파를 했다. 두 선수는 버디 퍼트는 못 넣어도 파 퍼트는 어떻게든 모두 욱여넣었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연장전은 쉽게 세팅하는 것이 적절하다. 선수들은 파 세이브의 도사다. 쉬운 홀에서 버디를 잡기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홀에서 파 세이브는 대부분 해낸다. 셋업으로 보면 연장전이 오랫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홀을 옮기지 못할 형편이었다면 핀의 위치와 티잉그라운드를 바꾸면 된다. 연장전 한 홀, 한 홀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경기위원회가 재량으로 옮길 수 있다. 몇 홀 치르다 150야드 정도에 쉬운 핀에서 경기했다면 더 빨리 승부가 났을 것이다.

연장전은 빨리 끝나야 한다. 그래야 신문, 방송에 더 많이 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치르는 경기는 갤러리도 없다. 선수와 방송팀이 하루 더 대회장에 머물면 스케줄이 혼란에 빠진다. LPGA 투어의 한 홀에서 끝까지 간다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첫 번째 기사에서 디 오픈 연장전이 4홀로 기재됐습니다. 그러나 디 오픈 연장전은 3홀입니다. 4홀 합산으로 치르다 지난해 3홀로 변경됐습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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