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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해 2%초반 성장 열쇠는 건설투자·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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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반등’ 기대하지만… 부동산 규제에 ‘건설투자’ 타격 불가피
미·중 1단계 합의, 中경기 개선돼도… "韓수출 긍정 효과 확신 어려워"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히 증가하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으나..."(기획재정부 최근의 경제동향)

"올해 우리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 전망한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문재인 대통령)

연초부터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회복 여부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회복 가능성, 기저효과로 인한 수출 감소폭 완화 등이 ‘경기가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강경한 부동산 규제 분위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가 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가 가뜩이나 침체된 건설투자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미·중 무역합의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수출 회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지만, 실제로 대(對) 중국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불확실하다. 정부가 기대하는 수출 반등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비즈

홍남기(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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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 하방리스크로 부각되나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최근 경제 전망에 ‘정부 정책으로 인한 하방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가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투자를 더 냉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투자 부진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2.0% 안팎까지 후퇴시킨 주범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경제전망 따르면 연 2.0%로 추정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중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65%P(포인트)로 계산된다. 실질 GDP(1807조7400억원)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P만 됐어도 성장률이 2.6~2.7%까지는 올라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올해도 건설투자의 뒷걸음질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당초 예상보다 부동산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4.3%로 예상되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는 -3.6%를 나타내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전망은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금지, 9억원 초과 주택 대출한도 축소 등이 포함된 12·16 대책 효과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 대책에 이어 정부 안팎에서는 대출금지 기준을 시가 9억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에는 정부가 연일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면서 신규 주택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사업이 주력인 일부 업체도 기존에 추진하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규 주택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종 경제연구소에서는 고강도 규제로 인한 건설투자 부진 심화가 올해 2% 초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열 총재도 "모든 정책이 항상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따른 대가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이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각종 토목 SOC 사업 발주를 늘려서 민간 투자 공백을 메우겠다고 하지만, 발주에서 사업시행까지 시차가 길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가 하방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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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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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수입 늘리는 중국…"한국의 對中 수출에는 악재될 수도"

미중 무역 협상의 타결은 올해 2%초반 성장을 예측하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볼 수 있다. 미·중 1차 합의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상태였던 대 중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제의 회복은 우리나라의 성장세 회복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다.

미·중 1단계 합의로 당장은 중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진 만큼 우리나라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부과 방침을 취소하고 12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15% 관세를 7.5%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중국은 올해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을 토대로 미·중 1단계 합의로 인한 중국 경제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0.3%P로 언급했다.

하지만 미·중 1단계 합의로 인한 중국 경제 회복세가 우리 수출에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이 대미(對美) 수입을 늘리는 과정에서 한국산 제품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은 줄일 경우 한국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미국과의 2차 무역협상에 돌입하게 되면 새로운 사안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소지도 있다. 중국 국유기업 보조금 문제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보류했던 관세 부과가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유기업에 대한 지원문제는 향후 우리 정부의 기업 투자촉진 정책 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1단계 합의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며 "두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이 2단계 합의 과정에서 언급되면 보류했던 관세 부과가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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