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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동빈의 롯데’ 굳히기…호텔롯데 상장이 최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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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신격호’ 롯데그룹 어디로

호텔롯데 기업 가치 끌어올린 뒤

상장해 일본롯데 영향력 축소

한국 지주사 중심 지배구조 갈 듯

온라인에 밀린 유통 대대적 개편

미래 먹거리 화학으로 주력 이동

부진한 핵심부문 실적 살려내야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이 19일 세상을 떠나면서 롯데는 본격적인 ‘포스트 신격호’ 시대에 돌입했다. 재계는 이미 차남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이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한 상태라 경영권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6월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되면서 한·일 롯데그룹 수장임을 분명히 했다.

신격호 유산 1조 … 지배구조에 영향 못 줘

중앙일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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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과정에서 그룹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까. 신 명예회장 보유 재산은 최소 1조원을 웃돈다. 롯데지주(보통주 3.10%, 우선주 14.2%)·롯데쇼핑(0.93%)·롯데제과(4.48%)·롯데칠성음료(보통주 1.30%, 우선주 14.15%) 등 국내 4개 상장사 지분의 가치는 19일 종가 기준으로 2228억6000만원이다. 인천시 계양구에 시가 4500억원 상당의 골프장 부지(166만7392㎡)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인 롯데물산의 지분(6.87%)도 예전 거래를 감안하면 1592억1000만원으로 추정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0.45%)과 롯데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비상장기업 광윤사 지분(0.83%)도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신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 상속인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이다. 재계에선 고인의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이 많지 않고 상속세 부담을 고려하면 상속과정에서 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유통 부문의 디지털 전환 부진, 화학 부문 경쟁력 유지 등 롯데그룹의 당면 현안도 신동빈 리더십 앞에 놓인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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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홀딩스 지분 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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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유통 ▶석유화학·건설 ▶식·음료 ▶관광·서비스 등 4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지금의 롯데를 만든 핵심 부문은 유통이다. 오프라인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아울렛, 편의점(세븐일레븐 등)에 더해 온라인의 롯데홈쇼핑, 롯데 e커머스 등의 인프라를 갖췄다.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덩치는 크고 노화한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에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초부터 롯데쇼핑 내부 인력재편을 진행하면서 유통 부문을 새로 만들다시피 하고 있다.

롯데그룹 내 무게 중심은 유통에서 석유화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은 호남석유화학이다. 신 회장은 1990년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석유화학 분야의 덩치를 키웠다. 호남석유화학은 2004년 1785억원을 투자해 KP케미칼 지분 53.8%를 인수했다. 현대석유화학 2단지는 롯데대산유화로 이름을 바꿔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합병했다. 이렇게 합쳐진 회사가 롯데케미칼이다.

2015년 10월 롯데는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3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국내 화학업계 최대 거래이자 롯데그룹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이렇게 해서 석유화학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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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주요 주주 지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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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은 신 회장의 지휘 아래 2012년부터 본격화됐다. 이 시점부터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북미 지역의 기반 사업 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말 한국 화학기업 최초로 셰일가스 투자를 결정했다. 원료가 되는 에탄의 운송 비용 절감과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에 에틸렌 설비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때 잘나갔던 롯데케미칼도 글로벌 업황 악화로 지난해 3분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 9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1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유통에 이어 화학 사업 부문의 부진은 그룹 전체에 타격을 줬다.

신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의 당면 최대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한국의 롯데 지주체제에 넣어 단일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지분율 11.7%)지만,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가 지분의 99%를 가지고 있는 호텔롯데 역시 롯데지주의 지분 11.1%를 보유 중이다.

롯데지주 우선주 주가 하룻새 30% 올라

호텔롯데 상장의 가장 큰 문제는 떨어진 기업가치다. 2016년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는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정농단 수사로 상장이 중단된 데 이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호텔롯데 면세사업 부문의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다. 차입금 증가로 악화한 재무지표 개선과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20일 증시에서 롯데그룹 관련주는 강세를 보였다.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우선주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폭인 29.88%(1만7300원) 오른 7만5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롯데지주도 전 거래일 대비 5.74%(2050원) 올라 3만7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선 신 명예회장 유족이 상속세 조달을 위해 롯데지주의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기·곽재민·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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