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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출 안나와서 전세계약 파기···임대차 3건 중 2건 반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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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전세대출 규제 첫날

대치동선 '월세 400만원' 늘어

"결국 실수요자만 피해" 쓴소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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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세계약을 하려 하는 데 대출이 안 나와서 파기될 거 같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규제 발표 이후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원래 전체 임대차 계약 중 3분의 1 정도만 반전세·월세였는데, 최근에는 3분의 2까지 늘어났습니다. 결국 세입자들만 힘들어지는 겁니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공인중개사)

20일부터 새로운 전세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일선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이다. 이날부터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주택 보유자라는 이유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세입자들은 모자란 자금을 충당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도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봄 이사철이 다가올 수록 대출 규제 여파가 더 크게 미칠 것으로 현장에서는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세대출 규제 시행 여파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오후에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깨질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미리 알아봤을 때는 은행에서 대출에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데 잔금을 치를 때가 되니 대출이 안 나올 것 같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인근에 입주를 앞둔 단지들이 많은데 집주인들도 잔금 때문에 골치가 아파진 상황”이라며 “세입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니 전세가 나가지 않고, 기다리다 못해 잔금 연체료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등기가 안 나온 상태라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S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동네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집 한 채씩을 갖고 있다 보니 규제 시행 전 상당히 대비를 해놓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전세 시장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동향을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D중개업소 대표는 “반전세가 크게 늘어날 것 같다”며 “최근에는 반전세를 넘어서 월세로만 300~400만원씩을 맞춰 받으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게 일상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규제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전세 계약을 찾으려는 실수요자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로 집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아파트 중 월세(준전세·준월세 포함) 비율은 지난 8월 24.9%에서 11월 27.4%, 12월 29.9%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이 비율이 38.8%까지 치솟았다. ‘갭투자’로 집을 사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주택 보유자의 경우 전세대출 제한에 따라 급하게 신용대출을 알아보거나, 집주인에게 “반전세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이사철이 되면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진동영·박윤선·권혁준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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