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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박성윤의 삼성S노트] 삼성 역사에 남을 외국인, 러프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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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2017년 4월 22일.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는 퓨처스리그행을 지시받았다. 러프는 당시 타율 0.150(60타수 9안타)을 기록했다.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자, 삼성 김한수 전 감독은 러프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삼성의 외국인 선수 실패 스토리로 이어지는 듯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큰 재미를 보는 구단이 아니다. 왕조 시절 야마히코 나바로, 릭 밴덴헐크가 2년가량 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 정도가 삼성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성공한 선수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러프는 나바로, 밴덴헐크를 넘어 3년 동안 삼성에서 4번 타자로 제 몫을 다했다. 두 선수와 달리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지만, '암흑기'로 평가받는 삼성에서 유일한 빛과 같은 존재였다.

◆ 집에 갈 뻔했던 러프, 폭죽을 터뜨리다

"강한 타구를 날리니까." 김 전 감독이 2017년 시즌 전 러프를 보며 남긴 평가다. 타격 코치로 선수 조련에 일가견 있는 김 전 감독은 러프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러프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러프는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는 신중한 타자였다. 삼성은 러프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타격과 러프는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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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가 약해졌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러프가 말소되기 전, 김 전 감독이 남긴 코멘트다.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퓨처스리그로 간 러프는 자신의 볼카운트 싸움과 KBO리그 특유의 몸쪽 공 대처법을 익혀 1군 무대로 복귀했다. 복귀전은 러프 야구 인생에, 삼성 외국인 선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경기였다.

2017년 5월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 5-5 동점인 연장 10회말, 1사 주자 없을 때 러프가 타석에 나섰다. 이날 퓨처스리그에서 복귀한 러프는 달라진 경기력을 펼쳤다. 러프는 두산 이현승의 초구를 공략해 좌월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이 바라던 외국인 타자가 한국 무대 적응 완료를 알리는 경기였다.

◆ 계속 바뀌는 외국인 친구들, 중심을 잡은 러프.

2017년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낸 러프는 타석 외에도 팀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새롭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선수들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2018년 삼성에서 뛴 팀 아델만, 2019년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온 벤 라이블리, 2019년 부상 등을 이유로 방출됐지만, 화려하게 시작을 알린 저스틴 헤일리 모두 러프가 적응을 도운 선수들이다.

야구를 하기 위해 낯선 땅을 밟은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고향 냄새다. 러프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외국인 선수들의 버팀목이었다. 아델만 영입의 경우 삼성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 러프에게 많은 정보를 얻고 계약을 결심했다는 일화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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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낸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러프를 힘들게 하는 일이었다. 러프는 늘 새로운 선수의 적응을 도와야 했으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지난 시즌 중반 삼성과 계약한 맥 윌리엄슨은 러프와 붙어 다니며,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성과를 남기지 못했지만, 같은 국적을 가진 동업자로서 러프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 러프의 마지막 한국 생활

2019년 러프는 훈련 스케줄을 조정해야 했다. 이유는 아들 헨리 러프가 자라면서 유치원을 다니게 됐기 때문. 러프는 "헨리가 유치원 통학 버스에 탈 수 있도록 데려다줘야 했다. 덕분에 낮잠 스케줄이 바뀌었고, 초반에는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러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헨리 바라기'다. 그는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헨리가 자신과 같은 야구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2018년 스포티비뉴스와 진행한 '필드박스 인터뷰'에서 그는 "헨리가 야구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것은 아는데 야구를 잘하는지는 모른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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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가 은퇴를 하게 되면, 편하게 누워서 맥주 한잔과 함께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경쟁심이 강해서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들 헨리가 자라서 야구 선수가 되는 걸 팬으로서 즐기고 싶다. 선생님으로, 코치로 헨리가 야구를 나만큼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러프는 한국에서 자가 출퇴근을 시작하게 된다. 러프는 한국 생활 동안 주로 택시를 이용했다. 2019년 구단의 배려로 스스로 운전해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배경에는 '길을 돌아가는 택시'가 있었다. 2019년 시즌 막바지, 직접 운전해 외국인 선수들과 출퇴근을 하는 러프에게 "한국에서 운전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러프는 "택시로 출퇴근을 하는 게 익숙했는데, 한 번씩 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라이온즈파크에 잘 도착해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이라며 '바가지 택시' 경험을 꺼냈다. 러프에게 한국과 미국 운전이 어떻게 다른지를 묻자 "어디를 가나 나쁜 운전자는 있다"며 크게 웃었다.

◆ 러프의 마지막 작별 인사

삼성이 2020년 외국인 선수로 타일러 살라디노와 계약을 맺었다. 러프와 동행이 끝났다는 의미다. 높은 몸값에 비해 러프는 2019년 부족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은 러프를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했지만, '무조건'은 아니었다. 결국 협상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러프는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러프의 데뷔 시즌부터 삼성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아 온 알렉스를 통해 러프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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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는 답장을 통해 "대구는 나와 내 가족에게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대구를 탐험했고, 많은 경험을 했다. 대구 팬분들도 항상 나와 내 가족에게 잘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대구에서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이어 "지난 3년간 응원을 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주위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열심히 응원해주신 팬분들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2020년 삼성에 행운을 빈다!"라며 삼성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현재 러프는 미국에서 머물며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1986년생으로 나이가 새로운 계약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캠프 전까지 소속팀을 찾아 야구 인생을 이어갈 계획이다. 은퇴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삼성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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