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신동빈의 롯데…호텔롯데 상장, 실적 개선이 코앞의 과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017년 10월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사기 전달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사진 롯데지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이 19일 세상을 떠나면서 롯데는 본격적인 ‘포스트 신격호’ 시대에 돌입했다. 재계는 이미 차남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이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한 상태라 경영권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의 왕자의 난(2015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가 가진 롯데 홀딩스 지분도 경영권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6월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되면서 한·일 롯데그룹 수장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국 롯데 지주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 등 숙제도 쌓여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최대 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부진한 유통 부문의 디지털 전환, 화학 부문 경쟁력 유지 등 롯데그룹의 당면 현안도 신동빈 리더십 앞에 놓인 숙제다.



‘뉴 롯데’ 만들기



롯데그룹은 ▶유통 ▶석유화학ㆍ건설 ▶식ㆍ음료 ▶관광ㆍ서비스 등 4개의 축으로 움직이다. 지금의 롯데를 만들어 준 핵심 부문은 유통이다. 오프라인에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롯데아울렛, 편의점(세븐일레븐 등)에 더해 온라인의 롯데홈쇼핑, 롯데 e커머스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롯데가 여전히 국내 유통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만으로는 성장 한계점에 달했다.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개척도 빛을 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사드 사태 후유증에서도 회복 중이고 일본 불매 운동으로 입은 내상도 만만치 않다.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덩치는 크고 노화한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에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초부터 롯데쇼핑 내부 인력재편을 진행하면서 유통 부문을 새로 만들다시피 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낙연 전 총리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점등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통의 롯데에서 화학으로 무게 중심 이동

롯데그룹 내 무게 중심은 유통에서 석유화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은 호남석유화학이다. 신 회장은 90년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적극적 인수합병(M&A)로 석유화학 분야의 덩치를 키웠다. 호남석유화학은 2004년 1785억원을 투자해 KP케미칼 지분 53.8%를 인수했다. 현대석유화학 2단지는 롯데대산유화로 이름을 바꿔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합병했다. 이렇게 합쳐진 회사가 롯데케미칼이다.

2015년 10월 롯데는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 정밀화학을 3조원을 들여 인수했다. 국내 화학업계 최대 거래이자 롯데그룹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의 정점에 있었다. 이 와중에 그룹의 미래를 건 투자를 통해 승부사임을 입증했다. 이렇게 해서 석유화학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미국 진출은 신 회장의 지휘 아래 2012년부터 본격화됐다. 이 시점부터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북미 지역의 기반 사업 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말 한국 화학기업 최초로 셰일가스 투자를 결정했다. 원료가 되는 에탄의 운송 비용 절감과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에 에틸렌 설비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때 잘나갔던 롯데케미칼도 글로벌 업황 악화로 지난해 3분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 9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1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유통에 이어 화학 사업 부문의 부진은 그룹 전체에 타격을 줬다.

신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디지털, 혁신, 게임 체인저란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특히 신년사에서도 강조한 게임체인저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중앙일보

롯데호텔이 미국 시애틀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을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호텔과 미국 시애틀 도심에 있는 '호텔앳더마크'(Hotel at the Mark)를 미국계 사모펀드 스톡브리지로부터 매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호텔. [연합뉴스]






롯데호텔 상장 현안…일본기업 이미지 지우기







신동빈 회장의 당면 최대 과제는 롯데호텔 상장이다.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한국의 롯데 지주체제에 넣어 단일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의 가장 큰 문제는 떨어진 기업가치다. 2016년 상장 추진 당시 호텔롯데는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정농단 수사로 상장이 중단된 데 이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호텔롯데 면세사업 부문의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다. 차입금 증가로 악화한 재무지표 개선과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롯데호텔은 괌, 뉴욕, 시애틀 등 미국 호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사업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에 돌입했다. 관세청이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호텔롯데엔 오랜만의 호재다.

올해 인사에서 호텔롯데에서 잔뼈가 굵은 송용덕 부회장이 롯데 지주 대표이사로 이동하고 그룹 재무 전문가인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을 맡은 만큼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