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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재수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조국 공소장에 적시된 '친문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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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관련 혐의로 조 전 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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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 친문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경향신문이 20일 입수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10월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감찰 결과로 확인됐다. 조 전 장관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감찰 착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혐의 내용 및 항후 조치 계획 보고 등 감찰 단계별 최소 4차례 이상 서면을 통해 비위 혐의를 보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부시장은 당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을 통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다 이제야 국장이 됐는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며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청탁했다.

윤 전 실장, 천 행정관 등 ‘친문’ 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접촉해 유 전 부시장 구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지사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수차례 연락해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인데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김 전 지사는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진행 상황을 듣고 유 전 부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실장도 백 전 비서관과 감찰 관련 대화를 나누다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다”라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혔다. 천 행정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을 만나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며 감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명청탁을 받은 백 전 비서관은 “유재수를 봐주는 건 어떻겠냐”며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감반은 이를 거절하고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진행 상황과 비위 상황을 담은 ‘4차 보고서’를 작성해 조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 조 전 장관은 4차 보고서를 받고 나서 박 전 비서관에게 “여기저기 전화가 많이 온다”며 “백 전 비서관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건을 상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2월쯤 박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 진행하거나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자 “유재수가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의 청탁과 함께 “유 전 부시장이 현 정부 핵심 요직에 있고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을 감찰 중단의 계기로 봤다.

조 전 장관은 금융위의 감찰과 인사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감찰이 중단된 이후 박 전 비서관을 제외하고 백 전 비서관을 통해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 연락해 구체적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인사에 참고만 하라”는 취지만 전달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유 전 부시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하는데도 일조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 부위원장이 “유 전 부시장을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내도 되느냐”는 문의에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의견이 없다’고 통보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조 전 장관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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