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국종 떠나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어떻게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아주대병원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는다.

이로써 이 교수의 브랜드나 마찬가지 였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 교수는 다른 병원으로의 이직, 정치권 출마를 일축해 '아주맨'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대병원측은 "이 교수가 보직만 사퇴하고 외상외과 의사로 남기로 보도되는 만큼 외상센터에서 계속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센터장직 사퇴 의사는 최근 언론보도에서 나왔다. 그가 근무하는 아주대병원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 뿐 아직 이 교수로부터 정확한 사퇴 의사는 전달받지 못했다.

이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병원 고위층 모두가) 내가 그만두는 것을 원하고 '너만 입 다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한다"면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외상외과 관련 일도 하고 싶지 않다"며 센터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최근 불거진 아주대 의료원장의 욕설 녹취 파문이 사퇴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상센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미 관두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인력 부족과 예산 지원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이후에도 그는 병원과 정부를 향해 인력과 병상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그는 "최근 욕설 녹취가 공개된 건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저 제가 책임지고 그만두는 것이고, 후배 의료진도 다 알고 있다. 다만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일한 간호사들에게 미안하다. 간호사 증원을 못해주고 끝난 것이 제일 아쉽다"고 했다.

그는 외상센터장 직을 내려놓을 뿐 아주대병원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모교 아주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른 병원으로의 이직에 대해서는 2011년 서울 한 대형병원의 이직 제안을 거절한 사례를 들며 부인했다. 21대 총선과 맞물려 불거진 총선 차출설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 그냥 평교수로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상센터장을 그만두면) 할 일도 많지 않을 것이고 환자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진료와 강의 등 평교수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 병원 정책에 최대한 맞춰 주면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욕설 논란' 유희석 의료원장과 조우 가능성은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은 이 교수 덕을 많이 봤다.

이 교수는 국책사업인 외상센터 유치에 공이 크고, 외상센터 지정 후에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 2017년 판문점 귀순 당시 총격을 받은 북한 병사를 성공적으로 수술해 복합중증외상치료 권위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공로로 명예역 대위에서 소령, 중령으로 잇따라 진급했다.

이 교수의 활약은 그가 재직중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아주대병원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면서 대중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6일 이 교수에게 욕설을 퍼부은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공식 사과와 의료원장 사퇴를 요구한 아주대 의대 교수회도 "아주대학교 병원의 평판도 상승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청성을 치료하고,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한바 있다.

이 교수가 언론에 사퇴 의사(센터장 공식 임기는 11월 24일까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번복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욕설을 한 유희석 의료원장과의 조우는 불가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 원장의 조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에 대한 유 원장측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교수가 다음달 병원에 복귀하는 대로 센터장을 사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그때까지 유 원장이 사직하지 않으면 유 원장은 이 교수의 사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다.

이 교수가 맡고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은 총장 임명직이나 직제상 상관인 '아주대병원장-아주대 의료원장'을 패싱하고 곧바로 총장 결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와 유 원장이 만나 앙금을 푸는 자연스러운 시간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주대 의료원장은 아주대 이사회 동의를 얻어 이사장이 임명하는 자리로 임기는 2년이다. 유 원장은 3연임에 성공해 2월 말에 세번째 임기가 종료된다.

◆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명은

권역외상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에게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기관이다.

정부가 외상환자 예방가능사망률을 올해까지 20% 미만으로 개선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국책사업이다. 현재 전국에 14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아주대병원도 이 교수를 중심으로 정부의 권역외상센터 사업에 응모해 2013년 8월 전남대병원, 을지대병원, 울산대병원과 함께 권역외상센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교수가 자신이 주도해 만든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장을 그만두더라도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매년 정부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14곳중 3곳)을 최근 3년 내리 받은데다, 지정을 취소할 만한 법령 등의 위반도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주대 병원측이)간호사 인건비를 전용했다는 불법이 확인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법령이나 기준을 위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센터장 임명도 병원의 권한이라 (이번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논란은)외상센터의 구조·제도적 문제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 교수 한명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센터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 아니냐"면서 "다만 이 교수를 따르던 동료들의 사기 문제와 그를 보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드는 문제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