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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에서 롯데타워까지…신격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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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껌 하나로 시작해 재계의 전설이 된 롯데 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었습니다.

고령에 치매까지 겹치며 건강이 악화된 끝에 어제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신 회장은 1921년생 99세입니다.

지난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상을 등지면서 신 회장은 올해까지 10대 그룹 창업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이병철(1910년생), 정주영(1915년생)에 이은 신 회장의 별세로 지금의 한국 경제에 큰 역할을 한 재계 1세대들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 사진은 고인의 20대 시절 모습입니다.

청년 신격호는 일명 '문청' 문학 청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고향 울주에서 일본으로 밀항한 것도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젊은 시절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빠져 지낸 추억을 되살려 롯데라는 회사명도 베르테르의 연인 '샤롯테'에서 따와 지었습니다.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 최대 수확"이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명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습니다.

신격호 신화의 시작은 풍선껌입니다.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풍선껌, 전후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껌 소비는 증가했고 덕분에 롯데는 10여년 만에 최고의 껌 메이커가 됐습니다.

당시 그가 일본에서 선보인 마케팅 능력은 지금껏 회자됩니다.

문학 청년 특유의 감성을 되살려 '입속의 연인’이란 감성적 카피를 선보이는가 하면, 이후 껌 제조업체가 난립하자 당대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번 돈을 외교행낭에 숨겨 들여와 46세 때인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웁니다.

고국 진출 당시 신문 광고까지 내고는 "조국을 장시간 떠나 있었던 관계로 서툰 점도 허다할 줄 생각된다"면서도 성심성의를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약속은 투자로 실행됐습니다.

호텔·백화점·레저.부동산업에 속속 투자하며 롯데를 재계 서열 5대 그룹으로 키웠습니다.

그 마지막 결정체가 2017년 개장한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디자인을 23번이나 바꿔가며 입지에서 설계·시공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특유의 꼼꼼함을 그의 성공 밑천으로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 회장 스스로도 "23개 전 계열사에서 생산되는 만 5000가지 제품의 특성과 가격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거인'이란 말을 좋아해 야구 구단 이름도 '자이언츠'로 지었지만 경영 스타일만큼은 거인과 느낌이 조금 다른 세심함이었습니다.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리던 그가 온 가족과 함께 등장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이었습니다.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 씨, 칠순이 넘은 딸, 육순이 넘은 아들 둘도 같이 불려왔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니 누고”, “와 이라노”와 같은 말을 반복하며 횡설수설했습니다.

지팡이로 치며 “롯데는 100% 내 회사인데 무슨 재판이야”라고 일본어로 소리치다 결국 퇴정했습니다.

두 아들 동주 동빈이 일으킨 형제의 난. 그로 인해 드러난 경영 비리로 그의 말년은 얼룩졌습니다.

[신동주 : "롯데의 경우 탐욕스러운 아키오(신동빈 회장)가 아버지가 만든 사업을 모두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 "주주들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

결국 경영비리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습니다.

건강 악화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결국 병세가 악화돼 임종을 맞았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그의 경영철학은 ‘거화취실(去華就實)’ 모교 와세다대학교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내실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그룹 회장은 차남 신동빈 회장.

고인의 유언처럼 내실을 추구하는 경영인으로 그룹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은 포스트 신격호로 향합니다.

신 회장의 영결식은 모레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립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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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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