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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양승태 사법부' 공격 앞장선 이탄희, 민주당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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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폭로

李 "국회 가면 관련 법관들 탄핵"

진중권 "제보·의원직 엿바꿔먹기"

정치판사 비난했던 김형연 등 줄줄이 청와대·민주당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며 '양승태 대법원'을 비판했던 판사들이 줄줄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바 '사법 농단'을 폭로했던 판사들이 경쟁하듯 청와대와 여권(與圈)으로 향하자 법조계에선 "'정치 검찰' 욕하더니 '정치 판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

이탄희 前 판사 입당식 - 이탄희(오른쪽에서 둘째) 전 판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발표회에서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해찬(왼쪽에서 둘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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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폭로한 이탄희 전 판사는 19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2017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할 당시 대법원이 법관들을 뒷조사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직서를 냈다. 이탄희 전 판사는 바로 이 이력을 앞세워 민주당 '영입 인재 10호'로 지명됐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년간 재야에서 사법 개혁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꼈다"고 입당 이유를 댔다. 그는 최근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도 입당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원래 정치를 하기 위해 폭로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이씨는 "형사 사건에서 유죄로 결론 나야 사법농단의 부당성이 입증되는데 무죄가 되면 그 사람들이 피해자인 양 곡해되는 것을 우려했다"며 "국회에서 주도해야 할 법관 탄핵을 제대로 안 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씨는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비위 법관 탄핵과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되면 과거 사법 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가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지적에는 "현시점에서 제가 피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무엇인가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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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양승태 대법원이 일본 강제징용 관련 판결을 고의로 지연했다'고 주장했던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지난 7일 사직했다. 2018년 5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지내며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헌정 유린 행위'라고 비판했던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역시 지난 13일 사직했다. 최 전 부장판사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훼손 재판을 진행해온 장동혁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15일 사직했다. 모두 총선 출마자 공직 사퇴 시한을 앞두고 그만뒀다. 정치권 출마를 고민하며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이수진·최기상 전 판사는 민주당, 장동혁 전 판사는 자유한국당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대법원 공격에 앞장섰던 '진보 판사' 2명은 일찌감치 권력 중심부인 청와대로 갔다. 2017년 3월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토론회를 무산시키려 했다며 전 대법원장에게 진상 조사를 공개 청원했던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했고, 지난해 5월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그의 후임 법무비서관 자리는 김영식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이어받았다. 두 사람 모두 진보 성향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선배와 동료들을 '정치 판사'라고 비판했던 판사들의 정치권 러시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뻔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도 '이렇게 막 데려오는 건 심하다' '여당이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17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 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했다. 진중권씨도 "판사가 정권의 애완견 노릇 하다 국회의원 되는 게 '평범한 정의'라고 한다"며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는 분을 인재라고 영입했으니, 지금 민주당 윤리 의식이 어떤 상태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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