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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누가 조국이 무혐의래!" 喪家 모인 검사들, 심재철 앞에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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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폭주]

대검 참모 장인상서 마주친 尹총장팀과 신임 간부들, 분위기 냉랭

沈부장이 尹총장 쪽 자리에 앉으려하자 검사들 아무도 안비켜줘

후배 검사 "어떻게 무혐의냐" 沈에 다가서자 주변 달려들어 말려

조선일보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18일 밤 9시 30분 장인상을 당한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 총장과 함께 빈소에 들어선 사람은 박찬호 제주지검장이었다. 박 지검장은 직전까지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지내다가 지난 8일 검찰 '대학살' 인사로 좌천됐다.

윤 총장은 조문 뒤 접객실로 들어가 현 대검 간부들이 모여 앉은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구본선 대검 차장, 심재철 반부패부장, 김관정 형사부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등이 앉은 테이블이었다. 모두 이번 인사에서 추미애 장관이 배치한 윤 총장의 '새 대검 참모'들이다.

윤 총장은 이후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검사들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엔 신자용·신봉수·송경호 서울중앙지검 1~3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허정 반부패수사3부장이 있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조국 일가 비리 수사 등을 지휘했던 검사들이다.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도 있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다. 서로의 근무 인연이나 같이 근무했던 검사들의 근황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윤 총장은 "재판은 나중의 일이다. 검사는 검사가 할 일을 하면 된다"는 말도 했다.

잠시 뒤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이 이 테이블에 합석하려고 다가왔다. 상급자가 오면 하급자가 자리를 비켜주고 옆자리로 옮기는 게 검찰이건 일반 직장이건 통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윤 총장 양옆에 앉은 송경호 차장과 허정 부장 등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 부장은 지난 16일 윤 총장 주재로 대검에서 열린 반부패부 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핵심인 조국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의견을 제시한 인물이다. 결국 윤 총장과 한두 자리 떨어져 앉은 심 부장은 좌중에서 오가는 말을 주로 듣기만 했고 대화에 끼진 않았다.

술이 몇 잔 더 돌았을 때 '조국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송 차장은 심 부장에게 "저희는 사선(死線)을 넘나들면서 수사했다. 방향성을 두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이 애당초 조국 기소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조 전 장관을 탈탈 털었다'는 여권의 주장을 심 부장에게 반박한 것이다. 심 부장이 정권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밤 11시 45분쯤 접객실에서 갑자기 고함이 터져 나왔다. "누가 그래? 누가 조국이 무혐의래?" 이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한 대검 간부의 고함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다른 검사가 이 말을 받아 "심재철 부장이 그런다"고 소리쳤다. 이 자리에 있던 검사들은 놀란 표정으로 "조국 무혐의라는 말을 한 게 정말 심 부장이라는 거냐"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검사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심 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대검 간부는 심 부장 휘하에 있는 검사였다. 두 사람은 최근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처리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검 간부가 "어떻게 무혐의입니까"라며 심 부장에게 다가가자 다른 검사들이 달려들어 말렸다. 당시 윤 총장은 화장실에 가 있어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윤 총장은 이날 3시간 만인 밤 12시 30분쯤 빈소를 떠났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사들이 거의 오지 않았던 이날 오후 6시쯤 혼자 빈소에 왔다가 바로 돌아갔다고 한다. 직전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조문객 중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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