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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 커지는 라임 사태… '깡통 펀드' 속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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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이 고객 돈 1조6000억원가량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라임운용이 증권사와 맺은 TRS(Total Return Swap·총수익 스와프) 계약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의 손실은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실률이 70%에 달하는 일부 라임 펀드는 투자자들이 찾아갈 원금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대출금 우선변제하면 투자자 돈은 후순위

조선비즈


TRS 계약의 핵심은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다. 쉽게 말해 라임이 투자자 돈 100억원을 모으면, 이를 담보로 증권사가 100억원을 빌려줘 200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펀드가 잘 굴러갈 땐 투자자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컨대, 20명이 5억원씩 투자한 100억원짜리 펀드(A펀드)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펀드가 연 5%짜리 채권에 투자하면 1년에 수익은 5억원이고, 이를 나눠 가지면 각각 25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TRS 계약으로 100억원을 증권사에서 연 2%로 빌려 와서 펀드 규모를 2배인 200억원짜리(B펀드)로 불린 뒤 5%짜리 채권에 투자한다면, 1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 중 이자 2억원을 제외한 8억원이 펀드 수익이 된다. 이를 20명의 투자자가 나눠 가지면 4000만원씩을 받아갈 수 있다.

하지만 펀드가 손해를 보면, 개별 투자자의 손해는 펀드 자체의 손실률보다 커진다. 펀드가 TRS 자금을 먼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집을 팔면서 빌린 돈을 먼저 갚아야 하는 것처럼 TRS 계약도 투자자의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펀드를 정리할 때 TRS 자금부터 갚아야 한다. 앞의 예에서 A펀드에서 5% 손실(5억원)이 발생하면, 투자자는 2500만원씩 손실을 떠안으면 된다. 그런데 B펀드는 5% 손실(10억원)을 보면, 펀드에 190억원이 남는다. 이 중 100억원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먼저 가져가고, 90억원을 20명이 나눠 가진다. B펀드 투자자들은 같은 돈을 투자한 A펀드 투자자의 2배인 5000만원(손실률 10%)씩을 손해 보는 것이다.

◇손실률 70% 땐 투자자는 원금 떼일 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임 펀드의 손실률이 최소 40%에서 최대 70%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모(私募)펀드라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문제가 된 라임의 모(母)펀드 3개(사모사채·메자닌·무역금융)의 설정액은 1조8000억~1조9000억원. 이 중 TRS 계약으로 유입된 자금은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설정액의 21~27%가량이 TRS 자금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해봤을 때 3개 모펀드의 평균 손실률이 50%라면, 현재 펀드의 가치는 9000억~9500억원이 된다. 이 중 4000억~5000억원을 대출한 증권사가 먼저 가져가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4000억~55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전체 모펀드의 손실률은 50%지만, 대출금을 먼저 갚고 난 뒤 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은 70%까지 올라간다. 라임 펀드에 투자한 돈 중 30%만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라임의 모펀드 3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펀드는 설정액이 6000억원, TRS 금액이 3500억원으로 TRS 비중이 50%를 넘는다. 증권사에 먼저 갚아야 할 대출금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만일 이 펀드 전체의 손실률이 30%라면 투자자의 평균 손실률은 72%가 된다. 그런데 손실률이 50%만 돼도 증권사에 대출금을 주고 나면, 투자자는 원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물론 실제 투자자들의 손실은 천차만별이다. 투자자가 가입한 자(子)펀드가 라임의 모펀드와 다른 운용사의 펀드를 섞어 만들기도 하고, 자펀드별로 TRS로 유입된 자금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 복잡해 수습에 오래 걸릴 듯

투자자별로 정확한 피해 규모가 확정되고 원금의 일부라도 돈을 돌려받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실 규모를 알려면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난 13일로 예상됐던 실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라임 사태에서는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라임운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 오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TRS(Total Return Swap·총수익스와프)

펀드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TRS 증권사가 자산을 사고팔고, 그 손실과 이익을 펀드 운용사가 가져가는 파생상품이다. TRS 계약을 통해 펀드 운용사가 모든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인데, 펀드 운용 규모를 늘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는 이익이 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펀드 손실이 나면 증권사에서 빌린 돈부터 갚아야 하므로, 투자자 손실은 더 커진다.





안중현 기자(jhahn@chosun.com);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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