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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외환·금융위기때 `뚝심` 리더십…공격적 M&A로 재계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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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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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단란했던 신 명예회장(왼쪽 둘째) 일가. [사진 제공 =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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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뚝심'이다. 누구나 몸을 사릴 만한 위기의 순간마다 지금의 롯데를 만든 새로운 시도와 결단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뚝심은 위기 때 더욱 빛났다.

대표적인 것이 공격적 인수·합병(M&A) 전략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롯데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전반이 휘청거리며 투자는 고사하고 내실 다지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99년 당시 코오롱이 운영하던 편의점 '로손'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제1 유통기업'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당시 주위 반대에도 신 명예회장은 알짜 유통기업을 인수하는 데 박차를 가한 것이다. 당시 로손 인수로 세븐일레븐은 점포 수를 252개에서 500개로 늘리며 단숨에 편의점 업계 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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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한 신 명예회장.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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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2년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미도파백화점과 한일은행 본점을 인수해 각각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패션 전문백화점 영플라자와 명품관 에비뉴엘로 바꿨다. 이를 통해 소공동 일대를 기존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호텔서울을 포함한 '롯데 유통타운'으로 변신시켰다. 현재 롯데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화학 부문이 성장하는 데도 신 명예회장의 '위기 속 M&A' 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카드대란으로 국내 경제 전반이 혼란에 빠졌던 2003년 당시 1조8000억원을 투입해 현대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듬해인 2004년 단행한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인수는 바로 다음해 인수금액인 1785억원을 곧바로 회수할 만큼의 성공적인 M&A로 꼽힌다. KP케미칼 인수로 롯데는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파라자일렌(PX) 등 방향족 제품 사업부문을 강화했는데, 특히 페트병과 자동차 페인트 등의 생산에 쓰이는 PIA는 국내 기업 중 현재 롯데케미칼만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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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을 방문한 신 명예회장. [사진 제공 =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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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에 한파가 몰아친 때에도 신 명예회장의 M&A는 멈추지 않았다. 2009년 파키스탄의 대규모 석유화학기업인 LCPL, 2010년에는 영국 LCUK에 이어 같은 해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인 타이탄 지분 100%를 1조5223억원에 인수해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함과 동시에 새로운 해외 시장까지 확보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롯데케미칼은 2018년 매출이 16조5000억원으로 그룹 내 단일 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대표 계열사로 성장했다.

유통부문에서의 M&A도 이어가 2006년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4667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 8개 점포도 품에 안았다. 이어 2008년부터 두산주류BG, 기린, AK면세점, 바이더웨이,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파스퇴르유업 등을 모조리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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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신 명예회장. [사진 = 매경DB]


신 명예회장이 이끈 롯데의 M&A가 집중됐던 2008~2010년 3년간 성사된 딜은 국내외를 합쳐 총 22건에 달한다.

다만 회장 본인의 독단적인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은둔 경영' 스타일을 고수한 것은 롯데를 뒤흔든 경영권 분쟁 사태를 몰고 온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전까지 롯데의 지배구조와 경영 결정 구조는 외부에 알려진 적이 없었다. 신 명예회장은 재벌 총수 모임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은둔형' 리더였다.

신 명예회장에 이어 롯데 경영을 이어받은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인 M&A를 무기로 사세를 불리는 '승부사'라는 점에서는 아버지와 비슷하면서도 독단적인 결정을 피하기 위해 주변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부분에서는 신 명예회장과 비교된다.

실제 신 회장은 "글로벌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글로벌 롯데 전략을 수립해 '선점할 수 없으면 개척하고, 개척이 어려우면 선점 기업을 인수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 지휘 아래 롯데는 미국 뉴욕 랜드마크 호텔인 더뉴욕팰리스(롯데뉴욕팰리스)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3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석유화학 공장을 완공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발 빠르게 보폭을 넓혀왔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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