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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껌’에서 시작해 ‘롯데월드타워’에 이르기까지… 신격호 명예회장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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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식품업으로 출발, 한국 유통산업의 토대를 다지고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국내 백화점·호텔 사업의 기반이 전무하던 황무지에서 기초를 닦아 놓은 인물이다. 재계 5위의 대기업을 일궈낸 신 명예회장의 어록을 정리한다.

세계파이낸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고객과의 약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합니다.”

롯데의 첫 자산은 바로 신 명예회장의 ‘신용’과 ‘성실함’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약속’을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유학을 결심, 학비를 벌기 위해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확한 배달시간으로 유명했다.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어 배달시간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신 명예회장은 배달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 신 명예회장의 이러한 모습에 반한 일본인이 선뜻 사업 자금을 내주게 됐다.

◆“인간의 능력이란 그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있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정열과 의욕을 가지면 상황도 유리해지고 올바른 해결책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정열’을 중요시했다. 롯데의 사명(社名)은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에서 따왔다. 샤롯데는 만인에게 사랑받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정열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생각이 엿보인다. 신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경영자의 정열과 종업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의 총체로서 발현될 때 그 회사는 보다 큰 발전이 기약된다고 믿었다.

◆“CEO는 회사가 잘 나갈 때일수록 못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실적이 악화될 때는 훗날 좋아질 때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합니다.”

신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강한 신뢰로 일을 맡기는 편이었지만, 칭찬은 드물었다. 이는 칭찬으로 임원들이 안일한 마음을 갖게 돼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늘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좋은 기회를 탐색하고 실적이 좋을 때는 어려울 때에 대비해 준비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합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이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를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며, 자신의 책임인 만큼 기업을 신중하게 경영하고, 최선을 다해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감 없는 무모한 투자는 종업원들이나 협력업체에게 피해를 줄뿐 아니라 국가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

세계파이낸스

1979년 롯데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명예회장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이었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관광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관광보국(觀光報國)의 신념을 보인 인물이다. 관광산업은 투자 회수율이 낮으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관광을 통해 국력을 키우고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의 독자적 브랜드의 호텔을 건설하고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세계 최대의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게 내 일생의 소원입니다.”

“언제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줘야 되겠습니까.”

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다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어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고객으로부터, 동료로부터, 협력회사로부터 직접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기를 당부합니다.”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며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친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혹은 롯데호텔의 현장에 불쑥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매장을 둘러보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친절한지, 청소는 잘됐는지, 안전 점검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세계파이낸스

2017년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신격호 명예회장


◆“상권은 주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어야 합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부지는 황량한 모래벌판과 물웅덩이, 비가 오면 한강이 범람할까 걱정하는 유수지였다. 주변에는 참외밭밖에 없는 터라 임직원들은 배후 상권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러한 임직원들에게 신 명예회장은 ‘상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과 수준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강조하며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2년 안에 명동만큼 번화한 곳이 될 것’이라 확언했고 이는 곧 현실이 되었다.

◆거화취실(去華就實)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도 혼자서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회장’ 하면 떠올리는 것과 다른 소박한 사무실을 사용했다. 워낙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신 명예회장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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