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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무부·검찰 ‘운명의 한 주’... 중간간부 인사로 불만 폭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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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검찰 직제개편에 이어 대규모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서초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전보를 예상하고 있는 차장, 부장검사가 대부분 현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맡은 검사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만큼 검찰의 저항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 8일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고위간부들에게 좌천성 인사발령을 내고, 직접 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안 마련한 이후, 오는 중간간부 인사는 윤 총장 힘 빼기의 마지막 단계로 분석된다. 법무부가 승기를 잡느냐, 검찰이 수비하느냐를 두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0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중간간부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논의할 방침이다. 중간간부 인사 발표는 이르면 21일 밤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법무부가 상정할 직제개편안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예외조항이 적용돼 필수보직 기간으로 정해진 1년을 다 채우지 않고도 검사의 보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발표가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설 연휴 전날인 23일에는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인사규정에 따라 발령일로부터 10일 전에는 인사내용을 공지해야 하는데, 다음 달 3일이 올해 정기 인사발령일이다.

◆윤석열 사단 “나 떨고 있니?”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지난 고위간부 인사에서 수사 지휘부가 물갈이된 것처럼 후속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차장, 부장급 검사들이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실무자인 탓에 후폭풍이 검사장 인사보다도 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무자가 갈리면 담당하던 각종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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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자용, 신봉수, 송경호.


교체 1순위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서울중앙지검 1·2·3 차장검사다. 송경호(50·사법연수원 29기) 3차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이끌었고, 신봉수(50·사법연수원 29기) 2차장검사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이끄는 등 현 정권에 대한 대형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송 차장은 지난 16일 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앞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면 안 된다“는 취지로 윤 총장 취임사를 인용해 직제개편을 반대한 바 있다.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 대출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신자용(48·사법연수원 28기) 1차장검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윤 총장과 손발을 맞췄다.

윤석열 키즈로 불리는 중앙지검 부장검사들도 교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형곤(50·사법연수원 31기) 반부패2부장과 김태은(48·사법연수원 31기) 공공수사2부장,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중앙지검 반부패4부장이 손꼽힌다. 고 부장검사와 김 부장검사는 각각 조 전 장관 일가 비위 의혹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이 부장검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윤 총장과 함께 일했으며, 반부패4부는 검찰의 직제개편안에 따라 공판부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사단’의 빈자리는 이 지검장과 부원이나 참모로 일한 경험이 있는 측근 검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지검 1차장엔 구자현(47·사법연수원 29기) 평택지청장이, 2차장엔 진재선(46·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3차장엔 김형근(51·사법연수원 29기) 성남지청 차장이 거론되는 이유다. 최근 인사거래를 폭로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임은정(46·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도 중앙지검 4차장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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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침해 ‘부글부글’... 검란 촉발하나

중간간부 인사가 예측대로 ‘윤석열 사단’ 손발 자르기 식으로 진행되면 검사들의 반발이 다각도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련의 정부·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이 단순히 윤 총장을 둘러싼 정치적인 공방이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수사팀을 축소 및 해체하고 실무자를 교체해 수사 동력을 실추시키기 위함이라는 의심을 받는 탓이다. 일선 검사들은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정부가 검찰의 독립된 수사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분개하는 분위기다.

정희도(54·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지난 13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특정사건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며 사의를 표명한 김웅(50·사법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의 이프로스 글에는 검찰 역사상 최다인 600여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박균택(54·사법연수원 21기) 법무연수원장, 김우현(53·사법연수원 22기) 수원고검장, 김종오(51·사법연수원 30기) 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 등 검사 7명이 조직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단체항명 등 이른바 ‘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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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전면 교체될 경우, 검찰의 극심한 반발이나 현 정권 수사 세력에 대한 손보기라는 뒷말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일부 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검 중간간부 전원은 10~13일 유임 의사를 담아 대검에 제출했고, 윤 총장은 이날 법무부에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들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검찰 분위기가 매우 안 좋다”며 “예측대로 윤 총장 손발 자르기 식 인사발령이 이뤄진다면 줄사표가 잇따르는 등 검찰의 반발이 매우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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