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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fn스트리트] 코알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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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륙 일부가 넉 달 넘게 불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산불 연기가 최고 17㎞ 상공까지 치솟아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고 밝혔다. 남한보다 더 큰 면적의 산림이 소실되고, 10억마리 넘는 야생동물이 희생됐다는 추정이다. 외신 사진 속 온몸을 그을린 코알라의 슬픈 눈망울이 여간 안타깝지 않았다.

산불의 후유증은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연기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주범 격인 이산화탄소도 4억t 넘게 뿜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의 원인으로 인도양 동·서부의 수온차를 가리키는 '인도양 쌍극화 현상'을 지목한다. 최근 호주 쪽인 인도양 동부의 수온이 더 상승하자 호주 대륙이 건조해지고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됐다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올 연초 제주도에 사는 후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영상 23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반팔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서다. 전국적으로도 방한제품은 안 팔리고, 골프용품 등은 때아닌 성수기라고 한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겨울축제를 포기하는 데서 보듯 '따뜻한 겨울'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지도 모르겠다.

호주 산불이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은 아니다. 며칠 전 기후변화센터 제5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도 "2018년 폭염, 지난해 강원도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가 모두 이상기후 현상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근래 한국이 호주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국'으로 지목된 까닭이 뭔가. 그만큼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인 호주는 석탄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과속 탈원전 등 불합리한 에너지정책의 대가라는 측면이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석탄발전은 줄이려 하고 있으나, 그 대신 늘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탄소를 내뿜는 데다 태양광발전소 건설로 이를 흡수할 숲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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