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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고] 급속히 퍼지는 테크핀 금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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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알리바바·텐센트·그랩·아마존 등

금융산업서 새 먹거리 캐기 활발

韓, 금산분리 탓 융복합·증자 한계

시대착오적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서울경제


규모가 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빅테크(BigTech) 또는 테크자이언트라고 한다. 근래 빅테크 기업들의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금융산업 공세가 무서울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과 금융이 융합된 산업을 테크핀(TechFin)이라고 한다. 종래의 핀테크(FinTech)는 금융사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모바일로 금융회사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였다. 이 경우 고객은 금융회사 고객에 한정되기 마련이다. 반면 테크핀은 ICT 기업 중심으로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도 빅테크 기업들이 혁신적이고 대부분의 모바일 사용자들이 고객이 될 수 있으므로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KT와 카카오가 각각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를 설립하고, 최근 토스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것이나 토스·네이버·카카오·쿠팡·삼성 등이 모바일결제 서비스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결제서비스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해외송금서비스업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사건은 아마도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증권 보험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산업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전략이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도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해 산하에 은행(마이뱅크) 증권·보험·카드 신용분석회사를 설립해 거의 모든 금융산업에 진출한 데 대한 대항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징둥그룹도 산하 지주회사 징둥파이낸셜(징둥디지털과학기술로 개편)을 통해 금융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텐센트·바이두·샤오미 등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자동차공유회사 그랩은 지주회사 그랩파이낸셜을 설립해 공유자동차와 관련된 결제서비스와 보험 소액대출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통신 유통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영위하고 있고 홍콩에서는 지난해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무더기로 인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우버가 우버머니를 설립해 당좌계좌를 제공하고 있고 구글·애플·아마존 등도 금융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각종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융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부분 국가에서는 금융과 산업이 융합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가 없는 데 따른 결과다. 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테크핀 융합에 따라가지 못하면 금융산업이 낙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엄격한 금산분리로 이미 영업 중인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마저 증자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규제에 막힌 네이버는 해외에서 나가 인터넷은행·모바일증권·모바일보험은 물론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암호화폐거래소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하루빨리 시대착오적인 금산분리 규제를 혁파해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우수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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