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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공교육 불신… 학부모 98% “사교육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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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여론조사 결과 발표
한국일보

서울대 2020학년도 신입생들이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열린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 장소로 뛰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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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입시’에 대한 요구 커지면서

학부모 31.6%가 “수능점수 가장 많이 반영 돼야”

학교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초ㆍ중ㆍ고 학부모들의 신뢰도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98%에 달하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등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교육 현장의 심각한 사교육 의존 실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KEDI가 지난해 8~9월 만 19~74세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의 51.9%가 2, 3년 전과 비교해 현재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사교육 실태에 대해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심화됐다(다소 심화됐다+매우 심화됐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42.5%나 됐다. 특히 ‘다소 심화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30.9%로 지난해(19.9%)에 비해 11%포인트나 급증했다.

유치원과 초ㆍ중ㆍ고 학부모 응답자(969명)의 97.9%(949명)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답한 학부모는 20명(2.1%)뿐이었다. 자녀 사교육비의 부담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94.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년도보다 6.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려고’가 전체의 24.6%로 가장 많았다.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23.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공교육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불신을 내비쳤다. 초ㆍ중ㆍ고 학부모 응답자(833명)에게 학교 교사의 능력과 자질을 신뢰하냐고 묻자 50.9%가 ‘보통’, 29.4%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2.79점으로, 지난해(2.85점)에 비해 더 떨어진 신뢰 수치이다. 심지어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학부모의 56.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학부모 응답자 54.3%가 한국 초ㆍ중ㆍ고 교육에 대해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부정적(못하고 있다+전혀 못하고 있다) 평가가 34.2%로, 11.5%인 긍정적(매우 잘하고 있다+잘하고 있다) 평가를 압도했다. 5점 만점에 초등학교는 3.14점, 중학교는 2.80점, 고등학교는 2.46점으로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점수는 더 낮아졌다. KEDI는 “학교 급이 올라갈수록 평가가 부정적으로 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등학교 정책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에 대한 무력감도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58.8%가 대학 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58.5%는 학벌주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는 학벌주의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서열화도 ‘큰 변화가 없을 것(58.4%)’이며 ‘일류대 위주의 입시 경쟁은 유지될 것(47.5%)’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더불어 초ㆍ중ㆍ고 학부모 다수(31.6%)가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되어야 하는 점수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꼽았다. KEDI에 따르면 2011, 2012년 조사 때는 내신 성적을, 2013~2017년(2015년은 수능)에는 특기ㆍ적성이나 인성ㆍ봉사활동 점수를 수능 점수보다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선택했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목격하며 점차 부모들의 공정한 입시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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