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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쇼는 계속돼야 한다” 살아있는 전설 입증한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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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1991년 프레디 머큐리가 죽기 직전 발표한 퀸(Queen)의 이 노래로 끝이 난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노랫말처럼 백발의 노장이 된 록스타를 향한 함성 소리는 여전히 뜨거웠고, 머큐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무대 위에서는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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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퀸이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영화의 감동은 지난 18∼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계속됐다. 퀸의 내한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에서다. 퀸은 지난 2014년 ‘슈퍼소닉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참여한 바 있지만 이번 공연의 분위기는 그 때보다 한층 더 뜨거웠다. 이틀간 4만5000여명이 공연장을 찾아 박수 치고 발을 구르며 ‘떼창’했다.

1971년 그룹 결성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단독 내한 콘서트인데다 2018년 10월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로 퀸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 덕분이다. 이 영화는 1000만명에 가까운 국내 관객을 동원하며 퀸의 고향인 영국 수익을 뛰어넘는 등 한국에서 ‘퀸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1970∼1980년대 이들의 전성기를 직접 목격하지 않은 20∼30대로 팬덤이 확대됐다. 실제 공연장을 발 디딜 틈 없이 채운 관객들은 대부분 젊은층이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번 공연 예매자 가운데 2030 세대가 73% 상당이었고, 남성 관객 비중이 높은 록 밴드 공연임에도 여성 관객이 68%를 차지했다. 이들은 ‘퀸의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화답했다.

젊어진 관객들 앞에 선 퀸도 전성기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공연은 쉼 없이 진행됐다. ‘이누엔도’(Innuendo)로 무대를 연 퀸은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 ‘킵 유어셀프 얼라이브’(Keep Yourself Alive),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등 히트곡들을 연달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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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에서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브라이언 메이.


브라이언 메이는 특유의 곱슬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 곳곳에서 화려한 기타 연주를 들려줬다. 그는 태극기 무늬 티셔츠를 입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한국말 인사를 하거나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등 한국 팬들에 대한 사랑을 한껏 표현했다. 로저 테일러 역시 7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파워풀한 드럼 연주를 선보였고, 표효하는 듯한 강렬한 보컬로 ‘아임 인 러브 위드 마이 카’(I’m In Love With My Car)를 불렀다.

특히 퀸은 머큐리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공연 내내 드러내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메이가 일렉 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앉아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연주하는 동안 스크린에는 머큐리가 등장했다. 메이는 화면 속 머큐리와 마주한 채 노래를 불렀고, 관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이들을 비추었다.

2011년부터 퀸의 객원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애덤 램버트는 시종일관 머큐리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면서도 3옥타브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램버트는 그랜드 피아노에 걸터 앉아 ‘킬러 퀸’을 부르며 빨간 부채를 흔드는 다른 개성으로 머큐리와는 다른 관능을 보였고, 낭창거리면서 시원하게 내뿜는 목소리로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를 부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인 ‘젊은 피’ 램버트는 과거를 재현하기보다는 쇼는 계속된다는듯 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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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램버트가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퀸’에서 열창하고 있다. 램버트는 2011년부터 프레디 머큐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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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30곡을 쉴 새 없이 소화하며 ‘살아 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마지막 곡은 역시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램버트의 낭창한 목소리, 메이의 끓어오르는 기타, 테일러의 감정을 충동질하는 드럼 그리고 객석의 합창은 곡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공연장에 불이 꺼지고 관객석에서 앵콜 요청이 쏟아지자 어느새 고척돔은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진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변해있었다. “에∼오, 에∼오!” 스크린 속 머큐리는 다양한 애드리브로 호응을 유도하며 한국 팬들과 호흡했다. 다시 무대에 선 퀸은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을 선사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사진=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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