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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DLF 제재·라임 환매 중지… 숨죽인 시중은행 자산관리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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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자산운용사 및 자문사와 함께 통상적으로 갖던 신년 자산관리(WM)사업 설명회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이 신한은행 등 판매사에 펀드 환매 연기 공문을 보내는 등 사태가 확장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매년 1월쯤에 마련되는 이 자리에서는 시중은행이 자산관리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지, 자산운용사는 어떤 상품을 제공할 지 등이 논의된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제공




18일 자산운용업계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달 중 예정돼 있던 시중은행 WM사업부와 자산운용사간의 사업설명회가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대체투자로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A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올해 자산배분 전략 및 전략상품을 설명하는 자리를 지난해 겨우 마련했는데, 올해는 취소됐다"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임원이 있어 식사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지금은 약속 잡을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 온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농협은행도 올해 WM사업을 어떻게 가져갈 지에 대한 자리를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B자산운용 관계자는 "농협은행도 상품판매가 잘 되는 은행인데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펀드 때문인지 소통이 예년만큼 활발하지 않고, 방향을 몰라 어떤 상품 위주로 제안을 넣어야 할지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고 했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 등의 운용지시를 바탕으로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설정해 운용할 때 제3자의 지시를 받아서는 안 되며 회사의 판단하에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말들을 종합하면 기업은행이나 국민은행, 신한은행의 WM사업부 상황도 비슷하다.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WM사업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 시중은행의 WM사업부 임원은 "예금금리가 워낙 낮아 그 이상을 바라는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지만, 어떤 상품을 어떻게 추천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과 소통해야하고, 고위험 상품에 대한 기준도 논란도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11월 기준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조5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판매액 4조3400억원 가운데 은행 판매분은 약 1조2257원(28.2%)이다. 우리은행이 518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은행 3944억원, KEB하나은행 1416억원, 부산은행 734억원, NH농협은행 462억원 등이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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