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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파열음 내는 보수 통합,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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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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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통합 논의가 어지럽고 시끄럽다. 21대 총선을 불과 80여일 앞두고도 논의 주체는 물론, 방법과 방향 모두 혼란스럽다. 기존 보수 성향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얼마 전 문재인 정부 심판과 총선 승리를 기치로 모처럼 의기투합해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를 출범시켰으나 일주일도 안돼 위원장 사퇴 운운하며 파열음만 내니 한심하다. 이럴수록 자신을 내려놓는 지도자의 헌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도부의 통큰 결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오락가락하는 새보수당의 행태가 볼썽사납다. 지난주 혁통위 출범 정신에 ‘유승민의 통합 3원칙’이 녹아 있다며 동참했던 새보수당이 이 기구의 효용성을 제대로 짚지도 않고 돌연 한국당과의 별도 협의체를 요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협의체 요구에 박형준 혁통위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새보수당이 사퇴를 요구한 것은 몽니에 가깝다. “유승민 의원 측이 막상 세가 불리하자 통합의 판을 깨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당이 통합 논의 와중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한 것을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황 대표가 본인의 말과 달리 ‘새 집 짓기’를 꺼리며 한국당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 위원장은 “내가 희생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구닥다리들을 싹 쓸어내겠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황 대표는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본인의 험지 출마를 자청하는 등 총선 승리를 지상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연일 발신하고 있다.

보수 통합의 핵심 플레이어가 한국당과 새보수당인 것은 맞다. 우리공화당 등은 변수일 뿐이다. 그렇다고 혁통위와 다른 별도 협의체를 만들자는 주장은 시간만 허비하는 공론(空論)이다. 진정 통합 의지가 있다면 시한이 사실상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은 논의 채널을 놓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정치 재개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귀국하면 방정식은 더 복잡해진다. 황교안이든 유승민이든, 지켜야할 정치적 자산이 있다면 ‘크게 버리고 크게 얻는’ 결단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디테일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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