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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인사프로세스’ 역행?.. '총장 의견청취' 조항 취지·관례 살펴보니 [서초동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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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기자회견서 "윤 총장, 인사 프로세스 역행" 비판

앞서 윤 총장, 秋에 '인사안 달라, 제3 장소서 보자' 요구

'총장 의견 청취' 검찰청법 제34조1항 취지·관례 보니

단순 의견 개진 기회 아니라 실질 의견 반영 보장 해석

관례는 법무부 인사안 보여주고, 제3 장소서 만나기도

일각에선 “비평가에게 소설을 쓰라한 셈” 지적도

윤 총장, 중간간부 인사서 의견 청취 절차 어떻할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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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1·8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요구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관련 법률 조항의 취지와 예전의 인사 관례가 어땠는지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14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서 보여주어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다’,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 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까 제가 말씀드린 초법적인 권한, 또는 권력 지위를 누린 것”이라며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검찰총장의 의사 개진,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으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도 했다. 즉 윤 총장이 인사 의견을 개진하지 않음으로써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갈등을 빚다가 결국 추 장관이 의견 청취를 생략하고 대통령에게 결제받은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종합적인 평가이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윤 총장에게 “대검에서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달라”고 했다. 이에 윤 총장은 “법무부의 인사안을 먼저 보내달라”고 했다. 법무부의 인사안을 먼저 보고 난 뒤 의견을 내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밤 추 장관 측은 “다음날 오전에 인사안을 보내겠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8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오전10시30분까지 법무부로 들어오라”고 전했다. 이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전인 시각이었다. 법무부의 인사안은 보내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인사안을 보지 않고 만나면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며 가지 않았다.

이후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법무부 인사안을 가지고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번엔 추 장관이 응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무부에서 윤 총장을 기다리다가 오후 5시경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재가받았다.

추 장관은 인사 다음날인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은 ‘제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인사 이후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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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 과정에 대해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자 검찰총장 의견 청취 관련 법률 조항의 취지와 이전 관례가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조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34조1항이다.

먼저 검찰총장 의견 청취 조항의 취지를 알기 위해선 검찰청법 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조항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은 2003년12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만든 대안이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권을 통한 검찰견제기능을 중시해서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즉 이를 뒤집어보면 검찰총장에게 단순한 의견 개진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검찰총장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조항이란 해석이다.

당시 조항을 만든 전후 사정에서도 취지를 유추할 수 있다. 2003년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의견 없이 인사를 단행하려 하다가 송 전 총장이 크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송 전 총장은 2003년10월6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일선 검사를 지휘하는 또 외부의 간섭을 막는 총장에게 협의권이 있어야 되겠다 생각해서 ‘인사제청권자인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과 협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저희들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전 장관은 2003년 10월10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총장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취지는 협의가 안 되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협의는 충분히 했습니다. 그런데 명문화에 대한 건의입니다. 관행상의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강 전 장관은 2003년12월11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청과의 협의가) 관행상 충분히 존중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명문화가 급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즉 관례적으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협의가 이뤄져왔으나 법무부 장관이 이를 건너뛸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협의를 명문화하자는 취지에서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법사위 제1소위는 ‘검찰총장과 합의하여’라는 문구까지 검토했으나 이 경우 두 사람이 평행선을 달리게 되면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수준에서 법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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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이 법제화된 이후의 검찰 인사 관례에 대해 본지가 검찰 전·현직 인사 관계자들을 취재해보니 통상 법무부에서 인사안 초안을 만든 다음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직접 만나기도 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셋이서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만남은 대개 호텔의 비즈니스룸 등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그리고 이번 정부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2011년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들어갔다고 하면 큰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는 지라 제3의 장소에서 만난 것”이라며 “주로 서초동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만났다”고 했다.

따라서 이같은 법률 취지와 인사 관례에 비춰봤을 때 윤 총장이 법무부 인사안을 보고 의견을 내겠다고 한 것,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법무부의 인사안 초안을 사전에 안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윤 총장의 실질적인 의견 개진권을 박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이 그러한 절차를 밟아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단행한 것은 법률 취지를 위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법무부의 인사안을 윤 총장에게 주지 않은 채 대검의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달라고 한 것은 “비평가에게 소설을 써오라고 한 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를 생략한 이번 인사가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했던 2017년 인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7년5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53)은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영렬 당시 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이었으며 직무대행은 이창재 차관과 김주현 차장이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완규 당시 부천지청장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 등을 통해 이 차관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제청한 것이 맞는지, 그보다 앞서 이 차관이 김 차장에게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는지 등 절차적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권한 대행인 이창재 차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한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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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이번 인사를 두고 동시에 피고발인 신세가 됐다. 추 장관은 지난 9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윤 총장은 지난 11일 시민단체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고발됐다. 한국당은 추 장관이 “검사의 임명과 보직 절차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의견 제출 명령에 항명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수사는 물론이고 추 장관에 대한 수사도 실제로 진척되기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한국당은 추 장관이 이번 인사로 검찰청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탄핵소추안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국회 의석수를 감안하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추 장관은 설날 전후로 단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중간 간부 인사 때에도 이번과 같은 인사 절차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중간 간부 인사의 경우 통상 법무부가 20~30명가량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안 초안을 짜서 검찰총장에게 보여준 뒤 의견을 듣고 반영했다고 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중간 간부 인사에서 정권을 수사한 검사들이 승진·전보로 와해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대통령의 이번 평가를 듣고 어떤 태도로 의견 청취 절차에 임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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