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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대통령 "검찰개혁 주체되라" 한 날…검사들 항명성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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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檢인사 갈등엔 "역행한다" 윤석열에 경고장

'검사내전' 김웅 항명성 사퇴글에 380개 응원…줄사퇴 촉각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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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14일 검찰 내부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국회 통과에 반발한 항명성 사의 표명이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 통과,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안 발표 등 일련의 개혁 방안이 '속전속결'로 추진되면서 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권력이 막강하다. 검찰개혁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줘야만 수사 관행뿐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공정성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개혁 제도화 작업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으나 검찰이 여전히 주요 사건의 직접 수사권을 쥐고 있는 등 그 권한이 막강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동시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등 특정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고위인사 과정에서 드러난 '법무부-검찰' 갈등에 대해선 경고장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먼저 (검찰총장에) 인사안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프로세스에 역행한다"며 "제3의 장소에 (인사)명단을 가져와야 (검찰총장이 의견개진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프로세스에 역행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만약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초법적 권력 권한 지위를 누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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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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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 통과와 법무부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안 발표 다음 날인 이날에만 2명의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된 김웅 검사(49·사법연수원 29기)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오전 10시30분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의를 표명,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과정과 내용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김 검사는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과정을 가리켜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다.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김 검사는 정부·여당을 겨냥해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 아닌가"라며 "그래서 '검찰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검사가, 같은 방식으로 수사하더라도 수사 대상자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검찰개혁 내용도 달라지는 것인가.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 같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고도 했다.

김 검사는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다 지난해 7월 수사 실무를 맡지 않는 연구직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형사부 검사로서 다룬 사건 이야기를 풀어낸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검사의 글에는 현재까지 380여개의 응원댓글이 달렸다. 김유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50·29기)은 "그 담담한 목소리에 울었고, 새벽 출근길에도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다. 이제 후배들 믿고 맘 편히 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53·31기)은 "언제 한 번 뵐 기회가 있길 기대했는데 이제 검찰 안에서 뵙는 건 불가능해졌다.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40·41기)는 "함께 지내본 바 없지만 글에 담으신 진심이 굉장히 깊은 올림을 주셨다. 당부의 말씀을 잘 새겨 두겠다"고 했다.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부장검사(51· 30기)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조세범죄조사부는 전날 법무부의 직접수사 부소 축소 방안 발표에 따라 형사부로 전환이 결정됐다. 김 부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상상인그룹 관련 수사를 이끌었다. 그가 사의를 표명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김웅 검사와 순천고 동기다.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로 줄사퇴가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추 장관이 임명된 지난 2일 이후 박균택 법무연수원장(54·21기) 김우현 수원고검장(53·22기)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53·22기)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일부 검찰 고위간부도 사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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