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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속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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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 주인공 백승수 단장.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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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열풍이 대단하다. 야구가 없는 겨울, 밋밋한 실제 스토브리그보다 더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시청률도 9회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15%대를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한 차례 드라마 일부 내용이 현실적인지 팩트 체크했다. 이번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을 모아 그게 '어디서'였는지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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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등장하는 권경민 상무.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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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오너 조카가 구단주



"구단주 조카에요. 그냥 구단주 조카라는 건 잊어요. 그냥 구단주라고 생각을 하세요." 재성드림즈 단장으로 취임한 백승수(남궁민 분)는 사장실에서 권경민 상무(오정세 분)를 만난다. 권 상무는 백 단장에게 자신을 '구단주'로 여기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정식 구단주 대행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 오너 일가가 구단주 대행을 맡는 건 흔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신격호 회장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케미칼 고문이 구단주 직무대행으로 일했다.

드라마에서 권 상무는 "드림즈를 해체시키라"는 구단주 지시를 받아 선수단 운영에 개입한다. 실제로는 구단주 대행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통 그룹 내 본업이 있고 야구단 업무는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권 상무 역시 호텔 부문 상무인 동시에 야구단을 관리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세세한 일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중대한 사항, 이를테면 감독 선임이나 중요 선수 영입 정도 결정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SK 와이번스도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구단주다. 엄밀히 말하면 SK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최태원 SK 회장 대신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승을 차지한 2018년 한국시리즈 때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구단주까지 사촌형제들이 나란히 잠실구장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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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 중 백승수 단장과 운영팀이 연봉 협상을 하는 장면.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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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5.4% 삭감 사례



야구단 해체를 원하는 권 상무는 연봉 협상을 앞둔 백 단장에게 "30% 삭감하라"고 지시한다. "야구를 더럽게 못한다"는 이유와 함께. 선수들은 반발했지만, 백 단장은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쳤다. 실제 프로야구에서는 드림즈보다 더 큰 폭의 삭감 사례가 있다.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거둬들여 창단한 히어로즈다.

우리담배가 네이밍스폰서로 참여한 우리 히어로즈는 당시 KBO에 가입금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재정이 취약했다. 선수단 연봉도 속된 말로 '후려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외국인과 신인선수를 제외한 현대 총연봉은 41억2970만원이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연봉 합계는 26억6900만원이다. 35.4%나 줄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 칼바람을 맞았다.

송지만의 경우 현대와 했던 계약이 원천무효가 되면서 6억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깎였다. 당시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A 선수는 "백 단장 바지에 술을 붓는 드림즈 포수 서영주(차엽 분)처럼 대놓고 반발하진 못했다. 박노준 당시 히어로즈 단장에 대한 분노는 엄청났다. 부자구단이었던 현대 시절을 그리워하는 선수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물론 성적부진이 길어진다면 팀 연봉이 낮아진다. 한화는 2008년(42억3600만원)에서 2011년(26억8800만원)까지 3년간 36.5% 삭감됐다다. 하지만 이범호·김태균이 나란히 팀을 떠난 여파가 있었고, 김태균이 복귀한 2012년엔 50억2000만원까지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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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에이전트로 변신한 고세혁 전 스카우트임장(오른쪽).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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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팀장이 에이전트로



고세혁(이준혁 분) 스카우트팀장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뒷돈을 받아 해고됐다. 드림즈 선수 출신인 고세혁은 에이전트로 변신해 후배들과 계약한다. 그리고 연봉 협상에서 백 단장에게 복수하려 했으나 실패한다.

프로야구는 2018년 2월 공인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자격시험이 있었고 92명이 합격했다. 대부분 변호사 또는 스포츠 관련 업체 출신이다. 선수 출신은 거의 없다. 17년간 선수로 뛴 임재철 좋은스포츠 사업본부장의 경우 공인 에이전트는 아니다. 임 본부장은 "내 경우 1과목만 보면 되는데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좋은스포츠 내 공인 에이전트 자격이 있는 직원이 있어서다. 좋은스포츠엔 이정후(키움), 박민우(NC) 등이 소속됐다.

프로구단 직원 출신 에이전트도 있다. 김광현의 대리인 김현수 브랜뉴 대표는 SK 통역 출신이다. 롯데 감독 출신 양승호 디앤피파트너 대표 역시 공인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드라마 정도는 아니지만, 연봉 협상은 매우 치열하다.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경우 거의 '을'이다. 드라마처럼 구단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들이 받는 최대수수료는 5%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이전트들간의 경쟁으로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임 본부장은 "에이전시에서는 계약만 해주는 게 아니라 선수 관리까지 하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 화려해 보이지만 현재 시장 현실은 매우 어렵고, 경쟁은 심하다. 선수협과 KBO 차원에서 제도 정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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