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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건대 의전원 ‘불법운영’ 점검…이틀이면 될 걸 14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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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이사회가 지난 9일 최종적으로 민상기 총장을 '해임'했습니다. "건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충주로 환원하겠다"라고 공언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건대 의대가 원래부터 서울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셨을텐데요. 사실 건대 의학전문대학원은 충주 GLOCAL 캠퍼스 소속입니다. 정부에서 허가를 그렇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원래 충주캠퍼스 소속이었던 의전원이 왜 서울에 있었을까요? 또, 의전원을 당초 허가 받은충주로 돌려놓겠다고 한 게 왜 총장의 해임 사유가 됐을까요?

[연관기사] 14년째 서울서 운영 ‘건대 의대’…충주 환원 얘기하자 총장 해임? (KBS1TV ‘뉴스9’ 2020.1.12)

'지역 의료 활성화' 명분...'충주에서' 의대 허가받아

역사가 길어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지난 1985년, 건국대는 교육부로부터 의대 설립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은 의료 인력이 포화돼, 새로운 의과대학 허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국대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충주에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을 세운다는 조건으로 의대를 운영하도록 허가받았습니다.

20년 뒤인 2005년, 건대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됩니다. 그래도 허가 조건대로 충주에서 운영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건대는 의전원 전환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올 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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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건국대 학교법인 회의록 中 ‘의생명과학연구동 신축에 관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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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과정에서 확보한 2004년 건국대 학교 법인의 이사회 회의록엔 '의생명과학연구동 신축에 관한 건'을 의결한 내용이 나옵니다. 의생명과학연구동은 건국대 서울병원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인데요. 회의록에는 "총 5,550평 중 3,800평은 새로 출범하는 의학전문대학원 건물 공간이고, 연구소 관련 공간은 약 1,700평이 된다고 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 건국대학교 학교법인 김경희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 이사 7명 전원은 이의 없이 찬성합니다. 모두 건국대 재단 관계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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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서울캠퍼스 의생명과학연구동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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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서울에서 수업…충주에선 교육부로 민원제기

지하 2층, 지상 8층인 이 건물은 2007년에 완공됩니다. 이 때부터 건국대 의전원은 사실상 서울에서 운영됐습니다. 교육부에선 충주에서 운영하도록 허가 받아 놓고, 서울에서 수업과 실습을 한 겁니다. 이렇게 14년이 흘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왜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른걸까요?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충주지역위원회는 '건국대 의전원 불법 운영'에 대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및 충주캠퍼스 현장점검을 하고, 미인가 운영실태를 확인했습니다.

점검 결과, 의전원 전체 학생 160명 중 7%~9%에 해당하는 인원 (12~15명)만이 로테이션 방식으로 충주 건국대 병원에서 1인당 7주의 실습수업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 학생은 수업을 서울에서 받고 있었고, 충주에서는 이론, 실습 불문하고 수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의전원 교수 총 31명 중 충주캠퍼스에 연구실을 두고 있는 교수는 2명이었는데, 이 2명도 담당 과목의 수업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했습니다.

건대 의전원 관계자는 더 좋은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며, "충주는 인구가 22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임상) 케이스(사례)가 부족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의문점 1. 교육부가 10년 넘게 몰랐다?

그런데 14년 동안 의전원이 불법운영되는 걸 교육부는 몰랐을까요? 취재 중에 만난 복수의 건대 관계자는 "2010년에도 '서울 운영'에 대한 교육부 지적이 있어 충주로 내려갔다가, 한 학기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수업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민원이 쌓여 현장점검을 나가게 된 거예요. 건대 의전원의 이런 상황이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라 누적이 됐잖아요. 민주당에서 민원을 넣기 이전에도 국회 일부 의원실에서 지적이 있었고…."

한 마디로 교육부가 진작에 이 사안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문점 2. '서울 이전 추진' 건대 재단관계자들의 책임은?

교육부는 건대 의전원을 감사한 뒤 학교 관계자 34명을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울에서 의전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었던 재단 관계자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의 의전원 운영 결정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2004년 회의록 등 '책임 소재'를 밝힐 자료들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입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상 교육부가 법인 관계자를 징계할 수는 없고,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는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당시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 징계 실익이 없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교가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미래적 조치'에 힘쓰겠다"고 합니다.

의문점 3. "의전원 충주 환원" 민상기 총장 해임은 왜?

이야기의 시작점인 총장 해임 문제로 돌아갑니다. 민상기 건대 총장은 교육부 현장점검 이후 애초 민원을 제기한 민주당 충주지역위에 내려가 의전원을 충주로 돌려놓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건대 이사회는 이 발언을 문제 삼아 민 총장을 최종 해임했습니다.

총장이 특정 정당에 찾아가 의견을 밝혀 '정치적 활동'을 했으며, 애초 2021년에 환원하려고 했는데 총장이 맘대로 2020년부터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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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KBS 취재진과 만난 민상기 건국대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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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前) 총장이 된 민상기 교수는 답답하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이 9월 23일까지 건대의 답변이 없으면 정부에 '건국대 의전원 허가 취소'를 요청하겠다고 했다"라면서, 자신은 이에 대해 "충주에서 운영하는 게 맞으니 환원하겠다고 말한 것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제 환원하겠다는 것은 공언하지 않았으며, 학사 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자신이 이 일로 인해 해임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현장 점검 뒤 시정명령을 내린 시점이 2020학년 1학기부터입니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실행하겠다고 말한 게 문제라며 총장을 해임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대놓고 교육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힌 거니까요. 참고로 민상기 총장은 2016년 취임해 건대 의전원의 불법운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입니다.

'발등에 불' 2020학번..."충주 이전 유예하라"

이제 건국대는 2020년 1학기부터 충주에서 의전원 수업을 해야 합니다. 다른 학과보다 수업 일수가 많은 의전원은 당장 다음 달 17일, 1학기를 개강합니다. 서울캠퍼스의 의전원은 지금 행정실 관계자 등 모두 이사 준비로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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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020년도 신입생의 학습권 보장 및 충주 이전 유예 촉구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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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과 학부모들은 난리입니다. 의전원 충주 이전을 유예해달라고 성명서를 냈습니다. 의전원을 지원하고 합격하기 전에는 '충주 이전'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는 학교 측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성토합니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일수록 원칙대로 하는 게 유일한 해법 아닐까요. 건대는 교육부 설립 허가 대로 충주에서 의전원을 운영하면서 충주건대병원에 적절한 투자를 해야 하고,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교육부의 역할도 중요해 보입니다. 딱 이틀이면 될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아 14년 동안의 편법 운영을 방치해 온 셈이니까요. 건대 의전원 사태가 잘 마무리 돼 '지역 의료 활성화'라는 애초 설립 취지가 잘 지켜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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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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