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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K팝 팬들이 과격 시위 배후?...칠레 정부 '황당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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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들이 트위터로 시위를 부추겼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두달째 이어지는 과격 시위 배후에 ‘K팝 팬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 칠레 정부가 펴낸 보고서를 통해 제기됐다고 칠레 언론 라 테르세라가 전했다.

21일(현지 시각) 라 테르세라는 주말판에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최근 검찰에 제출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112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칠레 시위가 불붙기 시작한 초기 한달여간 트위터를 포함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시위 관련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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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반정부 시위에 참여 중인 시위대가 칠레 치안당국의 진압에 맞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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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작성된 시위 관련 게시물은 약 6000만건. 이 게시물을 올린 사용자 수는 500만여명에 달했다. 6000만건 가운데 19.3%는 칠레 바깥에서 올라왔다.

칠레 내무부는 "시위 초기 외부 세력이 사회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미"라며 "러시아 국제보도전문채널 ‘러시아투데이(RT)나 베네수엘라 ‘텔레수르’가 칠레 정부를 비판한 대표적인 해외 매체"라고 밝혔다. 또 두 매체 외에도 민중가요(民衆歌謠)로 인기를 얻은 스페인 가수 이스마엘 세라노와 아르헨티나 배우 후안 디에고 보토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덧붙였다.

K팝 팬들은 이 다음 대목에 등장한다. 이들이 시위의 불씨가 됐다면 ‘K팝 팬들을 위시한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은 시위 초기 8일 동안 게시물을 400만건 이상 리트윗 하면서 불길을 키웠다는 것. 칠레 내무부는 이들 K팝 팬 그룹이 "시위 사망자 수, 진압 도중 공권력이 행하는 인권 침해, 시위 현장에 대한 주요 언론의 침묵, 정부의 소셜미디어 계정 차단 같은 문제에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토요일 아침 공개된 보고서는 주말 내내 칠레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 공유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칠레 정부가 시위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나 자신들의 책임은 무시하고, 이유를 외부 세력에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곤살로 블루멜 내무장관이 직접 나서 이 보고서에 대해 "빅테이터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응용해 정교한 정보를 제출했다"고 언급한 것이 드러나면서 화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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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들이 칠레 시위를 키웠다는 내무부 보고서를 조롱하는 칠레 대중문화 평론지의 트윗 멘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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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 카리올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방금 내무장관이 말한 ‘정교한 정보’를 확인하고 나니, 그저 망신스럽다"며 "정부가 K팝 팬에 책임을 씌우며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야당 하원의원인 마르셀로 디아스도 "세금을 엉뚱한 곳에 썼다’며 "지금 칠레에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 팬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현재 야당은 내무부에 보고서 책임자가 누군지,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칠레 대중문화 전문가인 콘스탄사 호르케라는 라 테르세라와 인터뷰에서 "K팝 가사를 들어보면 사회적인 문제나 정치적 논란거리에 대한 암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피하는 쪽에 가깝다"며 "내무부 주장과 달리 K팝은 정치적 논란거리를 다루기 보다 자아 발전에 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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