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칠레 정부 "K팝 팬이 시위 선동" 보고서 논란…조롱·비판 봇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22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시위 참가자가 키스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칠레 정부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 배경을 분석하며 배경에 K팝 팬들을 지목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으로 결과를 도출한 보고서라는 게 칠레 정부의 설명이지만, 현지 언론에서도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에 따르면 논란이 된 보고서는 최근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보고서 분량은 112쪽으로, 라테르세라가 지난 21일 보고서의 세부 사항을 보도하며 알려졌다.

내무부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시위가 격화한 지난 10월 18일에서 11월 2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했다. 사용자 500만명이 시위와 관련해 쓴 게시물 6000만건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도입했다.

보고서는 인터넷상에 영향력을 미친 요인을 제시했는데, 이중엔 러시아방송 RT, 베네수엘라 방송 텔레수르, 아르헨티나 좌파 인사들, 칠레 안팎의 유명인 등이 포함했다. 분석한 게시물 중 19.3%가 칠레 밖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요 내용으로, 칠레 시위에 외부 세력이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시위 진압에 격렬하게 저항하며 물건을 던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시위에 영향력을 행사한 그룹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했다. 젊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시위 초기 8일 동안 트위터에서 약 400만건 이상 리트윗을 쏟아내며 시위 격화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게시물은 정부의 시위 사망자 통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권 침해를 자주 언급하며, 언론의 침묵이나 소셜미디어 차단 등을 비판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곧바로 논란이 됐다. 칠레 야당의 카롤카리올라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K팝 팬 등에 책임을 씌우며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셀로 디아스 하원의원도 "세금을 엉뚱하게 썼다"며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보고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칠레 야당에선 내무부에 보고서 책임자가 누군지, 보고서 작성에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밝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칠레 정부의 보고서를 조롱하는 게시물.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칠레 정부의 보고서를 조롱하는 게시물.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분석가인 바바라포플레테도 칠레대학 교수도 라테르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의) 정보를 조작하는 일은 매우 쉽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정보를 바탕으로 (시위에) 외부 영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K팝 팬들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대한 조롱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K팝 그룹 멤버들의 공항 사진을 올리며 "칠레 사회 혼란 주범들의 공항 독점 사진. 얼굴을 가렸다.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썼다. 손가락 하트 모양의 그림과 함께 "새로운 혁명 인사법"이라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보고서에 논란이 이어지자 카를라 루빌라 내무부 대변인은 라테르세라에 "외부에서 온 많은 영향력이 폭력을 선동했다"며 보고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