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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거래세·보유세·양도세 합치면 한국 부동산 세수, OECD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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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김성규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거래세는 그대로 둔 채 보유세만 급격히 올리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부동산 관련 세금 면에서 최고 수준이 되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정부가 부동산 세 부담을 크게 올려놓는 바람에 1주택자, 2주택자 할 것 없이 집을 갖고 있기도 힘들어졌고, 내다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 높은 세금이 결국 매매가격이나 전·월세에 전가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OECD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세(취득·등록세)와 양도세, 보유세를 합친 세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3.9%로 OECD 32국 중 영국(4.3%)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OECD 평균(1.8%)은 물론 미국(3.8%)보다도 높고 독일(0.8%)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거래세와 양도세에는 증권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이 일부 포함되지만, 거의 대부분은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다소 낮지만 거래세와 양도세는 OECD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세수를 확보하는 손쉬운 수단으로 오랫동안 부동산 관련 세금을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거래세인 취득세의 경우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의 1~4%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100달러 정도의 등록비 외에는 별다른 세금이 없다.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취득세로 징수한 금액만 19조749억원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양도세로 정부가 걷어간 세금도 사상 최대인 18조원이었다.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가 11조5054억원,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가 1조8773억원이었다.

정부는 종부세의 세율을 올리고 공시지가 반영률도 높일 예정이어서 보유세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거래세·양도세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왔는데,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이라며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가 기형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만 언급했을 뿐 거래세·양도세 인하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보유세가 낮은 나라인지에도 여러 반론이 있다. 나라마다 과세 방식, 납세자, 세금의 용도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낮다는 근거로 쓰이는 OECD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7%로 OECD 국가 중 15위다. 2015년 0.8%(19위)에 비하면 순위가 올랐지만 여전히 중위권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보유세의 개념이 국가마다 다르다. 가령 OECD 국가 중 보유세 비중이 가장 높은 영국의 보유세인 지방세(council tax)는 소유자가 아닌 실제 거주자가 낸다. 집주인이 살고 있으면 집주인이, 임차된 집이라면 세입자가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이다. 지방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 수입원으로 교육, 치안, 공공행정 등의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익자가 세금을 부담한다는 개념이다. 학생 등 소득이 없는 사람은 면제된다.

영국과 함께 보유세 비중이 높은 프랑스도 법인이나 임대사업자에게는 높은 세금을 물리지만, 1주택 실거주자는 보유세 부담이 거의 없다. 독일은 지방세수가 소득세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부동산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1주택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어느 나라에 가도 우리나라처럼 세무 간섭이 많지 않다"며 "좋은 집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해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때문에 부동산을 팔지 못하면 그나마 있는 거래까지 위축돼 공급이 더 줄게 된다"며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거래세는 낮추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보유세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지역 사정에 따라 세율이 정해지기 때문에 같은 주에서도 동네마다 보유세율이 다르다. 과표 산정 방식이나 세율 시스템도 지역마다 다르지만 거둔 세금의 절반 이상을 교육 예산으로 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과세 시점의 시가가 아닌 최초 매입 가격을 기준으로 과표를 정하고, 대출 이자 등 주택 구입에 들어간 비용은 세금 부과 시 공제해준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다른 나라보다 보유세가 낮다고 해서 우리나라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라별 거주 형태나 사회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렇다면 상속세가 거의 없는 다른 OECD 국가에 따라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폐지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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