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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천700년전 이집트 미라, 3년만에 다시 서울 찾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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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 '세계문화관' 개관

이집트실 신설하고 중앙아시아실·동남아시아실·중국실 개편

연합뉴스

3년 만에 다시 서울 온 이집트 미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개관한 세계문화관 이집트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토티르데스의 관과 미라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문화관은 상설전시실 3층 아시아관을 조정하여 조성,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장기 대여해 선보인다. 2019.12.16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대 이집트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은 영혼이 여럿이라고 생각했고, 해가 지는 서쪽에 사후세계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고 여겼다.

망자는 오시리스라는 신 앞에서 진실한 삶을 살았는지 심판을 받았다. 저울에 심장과 정의를 상징하는 깃털을 올리고는 심장이 가벼울 때만 사후세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알아야 할 주문을 적은 글이 '사자(死者)의 서'다.

영원히 살려면 몸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시체를 미라로 만들었다.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버렸으나, 심장은 남겨뒀다. 간·폐·위·장은 썩지 않게 처리하고 특수한 병에 보관하거나 몸속에 다시 넣었다. 그러고는 시신을 소금으로 70일간 탈수하고 아마천으로 싼 뒤 사람 모양 관에 안치했다.

고대 이집트인의 독특한 사후관과 풍습은 미라와 화려한 유물을 남겼다. 수천 년이 흐른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문화재가 된 이집트 유물들이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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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는 '람세스 2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개관한 세계문화관 이집트실에서 윤상덕 학예연구관이 '람세스 2세'를 설명하고 있다. 2019.12.16 jin90@yna.co.kr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 아시아관을 새롭게 꾸민 '세계문화관'을 16일 공개했다. 세계문화관에는 이집트실이 신설됐고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은 대폭 개편했다.

세계문화관에는 유물 443건·531점이 전시됐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문화재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가져온 고대 이집트 문화재 94건·94점이다. 약 2천700년 전에 제작한 것으로 전하는 토티르데스 관과 미라,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 람세스 2세를 표현한 조각, 금·은·수정으로 장식한 따오기 관 등을 선보인다.

토티르데스 미라는 컴퓨터단층촬영(CT) 분석을 통해 19세 이상의 성인 남성이며, 골격이 건장한 인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중앙박물관은 앞서 2013년부터 브루클린박물관 한국실을 지원했고, 2016년 12월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이집트 자료 230여 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4개월 가까이 개최했다.

'삶, 죽음, 부활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집트실은 3년 전 전시보다 출품 자료는 적지만, 조밀하게 공간을 구성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다양한 시각 자료를 동원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윤상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집트는 그리스, 로마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서양 문화 근간을 형성했다"며 "세계사를 교육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대 이집트"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관은 이어 "2009년과 2016년에 이집트 특별전을 열었지만, 기간이 짧고 유료였다"며 "이번 전시는 2021년 11월 7일까지 약 2년간 이어지는 상설전인 데다 무료여서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은 이집트 전시가 끝나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협력해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을 소개하고, 이후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이슬람 문화 전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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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개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개관한 세계문화관 이집트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19.12.16 jin90@yna.co.kr



새로워진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은 각각 '동서 문명이 통하는 길', '인간을 닮은 신들의 세계', '황하에서 꽃피운 예술'이 주제다. 전시실은 이전보다 어두워졌으나 집중도가 높아졌다. 저반사 유리를 설치하고 조명은 대부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했다.

중앙아시아실에는 유물 81건·154점이 나왔다. 투루판에서 발견된 창조신 '복희와 여와' 그림, 로프노르 묘지에서 출토한 약 3천500년 전 얼굴 조각이 눈길을 끈다.

인도·동남아시아실은 51건·51점을 전시했고, 중국실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은 217건·232점이다. 중국실 개편 작업에는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중앙박물관은 내년에 신안선 유물을 진열한 신안실을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도자기로 꾸민 세계도자실로 바꾸고, 일본실도 개편할 예정이다.

한수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은 세계문화관 개관을 통해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했던 상설전시관 3층에 방문객이 증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아시아관이 박물관에서 가장 조용하고 인기 없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국 박물관과 전시 교류를 통해 더 다양한 문화를 국내에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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