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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기 파리채로 맞아요” 대학 운동선수 30% 폭력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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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결과 발표

언어·신체·성폭력 경험 학생 선수 중 가장 높아


“선배에게 라이터·옷걸이·전기 파리채로 맞아요.”(대학 운동선수 ㄱ씨)

“욕은 항상 먹는 거라 특별히 기억은 안 남지만, 시합 때 실수를 했는데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감독님이 저를 빼라며 소리를 쳤을 때 많이 창피했어요.”(대학 운동선수 ㄴ씨)

“빨리 오라고 손목을 잡고 가거나,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하냐?’라고 해요.”(대학 운동선수 ㄷ씨)

대학교 운동선수가 학생 선수 중 폭력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언어와 신체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모두 30%가 넘었고, 성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10%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6일 발표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대학교 운동선수가 경험한 언어폭력(31%)·신체폭력(33%)·성폭력(9.6%)은 모두 초중고 학생 선수의 2∼3배가 넘는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초중고 학생들보다 오히려 성인인 대학생 선수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조사는 지난 7월∼10월까지 102개 대학, 70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4924명이 참여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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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대학교 운동선수 중 88%는 경기장에서, 46%는 숙소에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 등 언어폭력을 경험했다. 폭력의 주체는 선배 선수가 58%로 가장 많았고, 코치가 50%, 감독이 42%로 뒤를 이었다. 인권위는 “감독, 코치, 선배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위계 문화 속에서 주요 생활공간인 경기장과 숙소 등 어디에서도 피해를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대학교 운동선수들이 경험한 폭력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은 신체폭력이었다. 대학교 운동선수 중 33%는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했는데, 이 중 15.8%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에 시달렸다. 이는 지난 2010년 인권위가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11.6%)보다 증가한 수치다. 신체폭력은 ‘머리 박기와 엎드려 뻗치기’(26.2%), ‘손이자 발을 이용한 구타행위’(13%) 순이었다. 신체폭력 역시 언어폭력과 마찬가지로 가해자로 선배 선수(72%)와 코치(32%), 감독(19%)을 꼽았다.

성희롱 등 성폭력 역시 선배 선수와 코치가 주된 가해자란 점은 같았지만, 성별에 따라 성희롱을 경험한 유형과 장소에서 차이를 보였다. 여자 선수는 ‘특정 신체 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가 9.2%로 ‘언어적인 성희롱’ 위험이 큰 반면, 남자 선수는 ‘누군가 자신의 몸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가 4.3%로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자 선수들은 훈련장에서 남자 선수들은 숙소에서 가장 빈번하게 성희롱이 발생했다. 인권위는 “여자 선수는 훈련장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적 대상화되는 피해를 보아 그 심각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며 “남학생은 동성의 선배와 함께 거주하는 구조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교 학생 선수는 성인임에도 외출과 외박, 복장 제한 등 자기결정권 침해가 심각했다. 응답자 중 84%가 현재 대학교 내 기숙사나 별도의 합숙소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정규 운동시간이 종료되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도 자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교 학생 선수 중 26%가 ‘부당하게 자유시간, 외출·외박을 제한받은 적이 있다’, 25%가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액세서리 착용, 패션 등에 제한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합숙소 생활의 과도한 규율과 통제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일반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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