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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라진 연말특수...美백화점·쇼핑몰, 실적 부진에 '제살 깎아먹기' 세일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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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화점들이 일년 중 최대 대목으로 손꼽히는 연말 쇼핑시즌임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연말 대박은 커녕 11년 만에 최악이라 할만큼 ‘쪽박’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백화점과 가두매장을 포함한 소매업체들이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두고 온라인 경쟁업체에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 할인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제공업체 스타일세이지와 리파이니티브 조사에 따르면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난지 보름이 넘게 지났는데도, 12월 중순 기준 미국 백화점 업계는 평균 27% 할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적용한 할인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 행사 때 ‘반짝’ 내렸던 할인율을 3주 가까이 상시 행사로 열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지난달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 중인 미국 볼티모어 상점가를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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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할인행사가 이어지면서 백화점들은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의류·쇼핑몰 전문 컨설턴트인 장 로저스 나이펜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소비 심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백화점에서는) 2008년 이후 최악의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그동안 봐온 상황 중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제 살 깎아먹기를 감수하면서까지 백화점들이 무리한 세일을 이어가는 이유는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대목에서 올해 장사를 망쳤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13일 발표한 11월 소매판매지수를 보면 전체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가운데, 백화점 매출은 반대로 7.2% 줄었다. ‘역대급’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과실을 온라인 쇼핑몰이 독식했다는 뜻.

더 큰 문제는 이런 무리한 세일조차 이제 먹히지 않을 조짐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상시 할인이 이어지자 ‘원래 가격’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리파이니티브의 하로네 마르티스 소비자 연구 총괄은 "계속되는 할인이 소매업계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소매업계가 디폴트 위험에 놓일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전 세계 백화점 업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데 이어 내년에도 백화점이 최악의 성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Macy’s)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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