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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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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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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

"사람은 고쳐 쓰는거 아니다"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이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심리학 명제의 일상 회화적 표현이다.

심리학자들이 모여 심리학에서 절대적으로 틀리지 않는 첫 번째 명제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꼽았다고 하니, 이 말은 참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서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현명했던 그(또는 그녀)가 또라이가 되거나, 그 반대로 변하는 모습을 본적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 현명했던 친구는 여전히 현명하여 어른이 된 필자에게 값진 조언을 해주고, 학창시절 또라이는 여전히 성인용 또라이 짓을 해서 필자를 난감하게 만든다.

필자가 변호사로 처음 사무실을 열었을 때 여기저기 얼굴을 알리면서 인사를 다니는 필자를 보고 많은 선배 변호사님들께서는 대외 활동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지금 필자를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진심으로 변호해 주면 사건 선임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처음에는 어린 후배 변호사에게 변호사의 바른 마음가짐을 가르치고자 하는 선배님들의 교훈이라 생각하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필자의 감동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사고 친 사람은 또 사고치는 일이 많으며, 송사있는 집안에는 계속 송사가 있다".

띠로리….

당시에는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변호사 사무실이 음식점처럼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곳이 아니기에 단골이 있을 리 만무하다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필자의 조그맣던 법률사무소가 법무법인으로 확장되고, 필자도 나름 대표직을 맡아 로펌의 미래를 계획하며 긴 호흡으로 세상을 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로펌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변호사로서의 법적 판단과 더불어 경영지표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필자 역시 로펌 경영의 필수 노하우를 얻었다.

현재 수임한 사건 의뢰인에게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최고 마케팅이었다.

선배님들의 조언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서도 맞는 말이었음이 경험적으로도 확인되었다.

결국 필자도 신규 변호사를 채용하고 로펌의 앞날을 부탁하면서 의뢰인에 대한 정성과 최선을 다해달라는 주문을 가장 처음 이야기 하고 있다.

왜?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여기까지만 보면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호하는 직업은 고약한 직업일 수 있다.

특히 뉴스에 보도되는 강력사건이나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를 보면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변호사는 여전히 타인에게 범죄자로 낙인찍힌 그(혹은 그녀)에게 범죄에 이른 피치못할 사정이 있으며 선한 측면이 사람이라고 열성적으로 변호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변호사를 보고 악마의 대변인라고 욕하기도 한다.

실제 전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참혹하게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어쩌면 피고인보다 더 욕을 먹고 있는 형편이다.

맞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가 명백히 범죄자임을 알고도 그(또는 그녀)를 열정적으로 변호하는 것은 그 사람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믿어서가 아니고 그 사람 내면의 또다른 선한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과학은 인간 내면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나, 내 속에 깨닫지 못한 또다른 내가 잠재되어 있다는 점은 확인시켜주고 있다.

또다른 나의 발견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도 많다.

영화 조커에서 순진하게 살던 아서 플렉은 지하철에서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다 가해자를 살해하면서 아서 플랙 안에 잠재되어 있던 악당 조커를 스스로 발견하였고,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약물을 투입함으로써 한 사람 안에 있는 선량한 인격과 범죄적 인격을 건너다니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이나 약물이 내면의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장치라면 현실 형사사건에서는 변호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사는 범죄자를 변호하면서 선한 인격을 발견하고 고양시킨다.

그러니 변호사는 악마의 대변인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포기한 인간 변화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위대한 발견자라 스스로 위로해 본다.

권택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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