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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배고픔에 우유 훔친 부자, 시민이 준 20만원 돌려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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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위.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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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마트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해 우유와 사과 등을 훔치다 붙잡힌 아버지(34)와 아들(12)이 시민이 건넨 20만원을 돌려주기 위해 곧바로 뒤따라간 사연이 알려졌다.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위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10일 인천 마트에서 발생한 '현대판 장발장' 사건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경위는 앞서 이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눈물을 훔친 인물이다. "너무 배가 고파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부자를 훈방 조치하고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대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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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 한 마트에서 배고픔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치던 부자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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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위는 김현정의뉴스쇼에서 당시 사건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 직접 가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울면서 피해자(마트 사장)에게 잘못을 빌고 있었다"면서 "마트 사장님은 우유·사과 등 약 1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피해품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경위에 따르면 아버지는 범행 당시 땀을 많이 흘리고 몸을 떨고 있었다. 당뇨병과 갑상선증 등의 지병 때문이었다. 조사해보니 건강상의 문제로 6개월 전 택시 기사를 그만둔 아버지는 모친, 두 아들과 함께 사는 가장이었다.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였다.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들은 마트 측은 아버지가 초범인 데다 피해액도 1만원 정도밖에 안돼 선처하겠다고 경찰에 말했다. 이에 이 경위는 훈방 조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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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모습.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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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위는 사건 이후 부자를 국밥집으로 데려갔다.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싶었고 법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또 한 번의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한 시민이 국밥집으로 들어와 20만원이 든 봉투를 아버지에게 내민 것이다.

이 경위는 "CCTV를 백업해 다시 확인한 결과 마트에서부터 사건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 지켜봤더라"며 "무슨 일일까 해서 지켜본 것 같고 저희가 국밥집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 와서 2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말없이 놓고 나가셨다"면서 "없는 형편이라면 눈앞에 놓인 현금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아들은 (시민을) 바로 쫒아가 (돈을) 돌려주려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민은 말없이 뛰어갔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타고난 인성이 나쁘지 않구나, 좋은 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들은 결국 이 시민을 만나지 못했고 시민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이 경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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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이재익 경위는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기 위해 그들을 국밥집으로 데려갔다.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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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위는 이후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주선하기 위해 근처 주민센터로 함께 갔다. 그는 "아버지한테 근로 의욕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매우 강력하게 의사를 피력하셨다"며 "사회복지사분한테 말씀드리고 이분의 건강 상태와 부합하는 일자리가 있는지 상담했으며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는 확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경위는 또 "부자가 (자신과) 헤어지면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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