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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제칼럼] 예산 확대 만능 아니다 ‘맞춤형 재정’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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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불황’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 정도로 한국 경제가 부진하다. 연간 2% 성장률 달성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 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투자 부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긴 불황에 주요 선진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고 미국을 제외하고는 금리가 바닥 수준에 도달했다. 주요국 재정적자 확대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원 마련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국도 고도 성장 후유증에 과잉 부채가 겹쳐 강력한 부양책을 전개할 여력이 많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 내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불리한 대외 환경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을 시사한다. 설비투자도 더 이상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사이클이 반전되고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다소 회복될 수 있겠지만, 설비투자를 이끄는 전통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부문 성장세가 부진하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총수요를 부양하는 경기 부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단기적인 수요 확대 정책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역 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토목 사업 등 매몰비용이 높은 지출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보이겠지만, 지속 가능성이 낮고 적잖은 후유증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재정 운용이 필요할까.

먼저 미시적 접근을 통해 표적 집단을 대상으로 효과가 가장 큰 방안을 선별해 시행하는 ‘맞춤형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경로를 파악하고 지속 가능성, 성장 기여도를 기준으로 재정 확대 부문을 선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정책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재정지출 방향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총수요 증대와 고용 창출을 도모하되 생산성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정책 조합(policy mix)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 개선을 위한 산업정책, 그리고 이를 통한 재정지출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혁신 기반 강화, 전략 산업 육성, 혁신 중소기업 지원 등 산업정책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에 나섰다. 특히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신기술·신산업 부문, 에너지 전환과 공공 부문·기업 간 수평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혁신 시스템 구축, 산학연 협업 플랫폼과 같은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공급 측면의 다양한 부문에서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

한국 경제가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요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산업정책이다. 그렇지만 산업정책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내외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는 총수요 관리를 통해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가 최근 추경 적자재정 편성을 통해 정부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재정 확대가 경기 활성화와 함께 중장기적인 기업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재정 운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매경이코노미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8호 (2019.12.18~2019.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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