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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 ‘녹두전’ 강태오 “이유있는 악역이길 바랐다…‘착한 쓰레기’ 반응에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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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말 그대로 ‘빛나는 악역’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기에 더 강렬했고 짜릿했다. ‘녹두전’의 차율무, 그리고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을 연기한 배우 강태오의 이야기다.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린 KBS2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 최근 종영한 ‘녹두전’에서 강태오는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조선판 요섹남’ 차율무를 연기했다. 동주와는 옛 정혼자 사이며 동주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남’에서 왕의 되고자 칼을 뽑아든 반전의 주인공이었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비즈&스포츠월드와 만난 강태오는 “지난 6개월이 길면서도 짧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또래의 배우들과 수많은 스태프와 여름부터 겨울까지 같이 겪어내며 케미스트리를 쌓았다. 다 같이 모여 마지막 회를 보고 나서야 종영을 실감했다는 그는 “속 시원하고 후련하기는 했지만, 그보단 아쉬움이 더 컸다. 율무와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심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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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인 인조, 광해가 등장하지만 ‘픽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강태오는 ‘인조’이기 이전에 ‘차율무’로 시청자와 대면했다. 율무가 가진 서사로 출발선에 서서 같지만 다른 두 인물의 조화를 이뤄갔다. 인조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지만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감독님과의 대화도 큰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께서 ‘폭군이 된 이유가 동주라면 어떨까, 동주와의 관계에서 사랑의 아픔을 가졌기에 변한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시각을 제시해주셨어요. 그렇게 점점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갔죠. 한편으로는 되게 계산적이고, 속내를 표출하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이었어요. 반면 동주한테만큼은 솔직하면서도 헌신적이죠. 연민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냉철한 인물을 연기하고자 했어요.”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원작을 봤어요. 율무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아, 중간부터 등장하는구나’ 하고 계속 봤는데 결국 나오지 않았어요.(웃음) 과부촌에서의 전개, 밝은 콘셉트 등을 제외하면 원작과 드라마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그래서 율무라는 새로운 인물과 각색된 드라마적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나갔죠.”

실존 인물이기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자칫 ‘녹두전’을 보고 인조에 대한 인식이 변하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래도 하나, ‘인조’가 아닌 ‘율무’를 연기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채울 수 있었다. 어쩌다 이런 잘못된 사랑의 방식이 발현된 건지, 개연성을 만들어 가려 노력했다. 강태오는 “율무를 향한 연민의 마음을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시키고 싶었다”고 말하면서도 “아마 실패한 거 같죠?”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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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의 사랑 방식도 이해는 해요. 율무와 동주는 정혼자 사이였고, 동주를 지켜주기 위해 옛집도 보존시켜 왔거든요. 사랑만은 진심이었어요. 동주를 탐하는 게 아니라 동주의 마음을 얻고자 늘 지켜보고 기다려왔죠. 그런데 갑자기 김과부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알고 보니 남자였고.(웃음) 율무 입장에서는 방해한 셈이니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자존심도 상했겠죠. 충분히 이해는 해요. 조선 시대에 뽀뽀하는 모습까지 봤는데 당연히 눈 돌아가지 않을까요.(웃음) 하지만 잘못된 표현 방식을 보면서는 ‘나라면 그렇게 하진 않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녹두전’은 차율무의 변화를 두고 1막과 2막이 나뉘었다. 전반부 녹두와 동주의 로코 분위기가 두드러졌다면, 중반 이후의 주도권은 차율무가 꿰찼다. ‘조선로코-녹두전’이라는 핑크빛 제목에서 갑자기 분위기 ‘피의 혈투’의 상황이 됐고, 그 중심에는 강태오가 있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서브남의 설정을 갖췄지만 초반부의 ‘스윗함’은 온데간데 없이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 마침내 능양군의 정체를 드러내자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우 강태오의 재발견’이라는 시청 후기가 이어졌다. 초반부 동주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시청자를 공략했다면, 후반부에는 짙어진 악역으로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여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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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가 6부를 기점으로 변하는 색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 훗날 인조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출발했어요. 숨겨진 서사를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요. 그 설명만으로도 너무 매력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더 차율무를 하고 싶었죠. 대본을 볼 때도 확 느껴졌어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누가봐도 율무가 해내야 하는 장면들이었죠.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강태오의 첫 악역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색깔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무엇보다 ‘악역’의 사악한 이미지보다는 율무가 가진 상황, 나름의 이유로 납득시키려 노력했다. 과한 욕심을 내면 시청자가 불편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대사 한 줄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나 동주와의 관계에서는 악역의 느낌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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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는 ‘준비된 인재’(?)였다. 캐릭터의 변신에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앞선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출연작을 돌아보면 대부분 비슷한 역할이었다는 그는 “처음 맡아보는 악역이라 긴장도 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녹두전’의 차율무는 연기 공부를 하며 ‘악역을 연기하면 이런 연기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한 캐릭터였다. 인물이 가진 틀 내에서 최대한 많이 표현하고자 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율무만의 시그니처 표정도 만들었다. 그만의 습관도 고민해봤다.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반부에 들어 시청자 반응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착한 쓰레기’라는 댓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강태오는 “다들 ‘쓰레기’라는 단어를 쓰더라. 되게 짜릿했다. 욕은 욕인데, 율무에 대해 몰입해주셨다는 뜻이라 기분 나쁘기보다 감사했다”면서 “‘율무에몽’, ‘순무’, ‘흑무’, ‘쓰랑군’ 등 무궁무진한 별명이 탄생했다”라고 나열하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수많은 별명들이 증명하듯 강태오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방영 내내 이어졌다.

시청자의 관심 속에, 동시에 끝없는 고뇌를 거듭하면서 작품을 마쳤다. 그의 고민은 연기에 오롯이 투영됐을까. 이 같은 질문을 던지자 강태오는 “좋았던 점도, 아쉬운 점도 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배우는 감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현장에서 가끔 원하는 감정이 안 나올 경우가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분이 겪는 과정일 거예요. 저도 욕심이 생기고,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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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는 영화 ‘명당’(2018)을 통해 잠시 사극을 맛봤다. 그리고 ‘녹두전’을 통해 제대로 사극을 경험했다. 촬영 현장과 세세한 소품들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현대극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는 강태오. 그는 “사극의 촬영 환경 속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더 몰입되더라. 한복을 입고 말을 타면 극 중의 세계관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집중을 더 잘할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몰입도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사극의 특성상 지방 이동도 많이 해야 했다. 긴 대기시간을 활용하면서 이것저것 도전해보기도 했다. 시작에 앞서 주변에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사극’이라고 걱정했지만, 그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라고 쾌활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매력적인 사극이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엔 추운 건 현대극도 마찬가지”라고 밝힌 그는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다시 사극에 도전할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오랜 준비 기간을 함께한 동료 배우들과도 돈독한 우애가 쌓였다. 촬영 전부터 친해진 ‘느낌부터 다른’ 관계가 됐다. 승마, 액션 스쿨 등 배움도 함께하고 대본도 수도 없이 맞춰봤고, 현장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화기애애’에서 출발했다.

그 중에서도 동주 역의 김소현은 배울 점이 많은 ‘똑똑한 배우’ 였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확실히 선배로서의 기량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 신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대본 전체를 보고 앞, 뒤 상황을 다 보고 연구하는 선배였다. 촬영 당시에는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했던 장면들이 방송을 통해 다르게 느껴졌다고 되짚었다. 현장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감정으로 느껴져 새롭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녹두 역의 장동윤과는 따로 부르는 애칭도 있었다. 다소 파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서로 ‘자기야’라고 불렀죠. 그만큼 편했다는 증거예요. 입술도 나눈 사이였잖아요. (웃음) 누가 먼저 부르기 시작했는지, 왜 ‘자기야’였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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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과 맞는 인물을 연기하면 가장 편하다”는 강태오. 그는 좋게 말해 낙천적인,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실친’들의 ‘녹두전’ 시청 후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묻자 “친구들은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요. 게임하느라 바쁘고 일 하느라 바쁘죠”라고 답하는 쿨한 성격이다. ‘녹두전’을 시청한 몇몇 친구들의 질문은 하나였다. ‘그래서 앞으론 어떻게 돼?’라는 것. 친구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결말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며 미소 지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어머니께서 예전부터 한 번쯤은 사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중에서도 ‘왕이 되는 역할’이었는데 ‘녹두전’을 하면서 사극도 하고, 비록 곤룡포는 입지 못했지만 왕좌에 앉는 장면도 있었다”라고 짚었다. 아들의 사극 출연을 바라던 어머니의 SNS 프로필 사진은 강태오가 왕좌에 앉은 바로 그 장면이다.

‘녹두전’을 준비하며 그의 고민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차율무를 더 매력있는 인물로 표현할까. 다른 목적을 가지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됐기에 캐릭터 자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배우들의 힘 있는 열연에 ‘녹두전’은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를 달렸다. 성공적으로 작품을 끝마친 강태오는 “긴 시간 동안 ‘녹두전’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새로운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다시 만나 뵙겠다”는 자신감 있는 인사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판타지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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