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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미·중 무역분쟁 합의는 잠시 휴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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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국이 갈등으로 치닫던 무역분쟁에서 1단계 합의를 이룸으로써 세계 경제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억누르던 불안정 요인이 제거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번 합의가 부분적인 ‘스몰딜’에 지나지 않으며, 앞으로 본격적인 2단계 협상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무려 17개월이나 끌어 오던 양국 간 무역분쟁이 휴전상태에 돌입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추가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지만 합의사항 이행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될 소지가 없지 않다. 특히 이번 타결이 미국의 판정승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중국 측에서 반격의 기회를 엿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막상 합의 내용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나타냈다는 사실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엿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2단계 협상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핵심적인 쟁점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이들 사안이 양국의 기술패권 다툼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분야에 속한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차세대 기술 보조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미래 먹거리’ 기술을 놓고 최대 결전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의 판도를 결정 짓는 불가피한 싸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격동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관련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은 역행하기 일쑤다. 대학·기업의 연구소가 밤샘작업으로도 모자랄 판에 주52시간 근무제에 얽매어 저녁 6시면 어김없이 불이 꺼지는 모습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구조 개혁, 수출 다변화 등의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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