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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비리 면허증 가진 듯한 유재수, 발급자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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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업체들을 뜯어먹은 그의 대담하고도 안하무인의 수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뒤 "집값이 안 올라 손해 볼 상황"이라며 1000만원은 떼먹었다.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 달라"며 보증금·월세를 업자에게 대납시켰다. "아내가 쓸 것"이라며 고급 골프채를 요구해 챙기고, 가족의 해외여행 항공권 구입 비용 수백만원을 대신 내게 하는가 하면 금융투자 업체에 청탁해 동생을 취업시키기도 했다. 더욱 놀랍게도 유씨 비리는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을 받은 뒤 작년 부산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어졌다. "내가 지정하는 3명에게 내 명의로 추석 선물을 보내 달라"며 38만원짜리 한우 세트를 받고, 자신이 쓴 책을 강매하면서 100권 구입 대금 198만원을 장모 계좌로 넣게 했다는 것이다. 마치 '비리 면허증'을 받은 사람 같다.

검찰은 "유씨의 비리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유씨 혐의가 "경미한 품위 위반 수준"이라며 덮어버렸다. 유씨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부르고, 작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할 때는 주변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호철이 형'이라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 그가 청와대 감찰에 걸렸을 때는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 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총출동해 구명 운동에 나선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든든한 뒷배를 믿었기에 마음 놓고 영화 속 조폭이 자신의 관할 구역 업체들을 뜯어먹는 식의 행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든든한 뒷배의 정체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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