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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누울 때 베개를 등에 받치고, 다리 새 끼우면 욕창 걱정 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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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 예방·치료법

욕창은 신체 일부가 지속해서 눌리고 쓸려 피부·근육·뼈가 손상되는 병이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마비 환자나 쇠약한 고령층,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맞춰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5명 중 1명(18%)은 욕창을 앓는다는 보고도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성형외과 박지웅 교수는 “욕창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세균 감염으로 골수염·패혈증이 발생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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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




뼈 튀어나온 부위에 잘 생겨

욕창은 발생 원인이 다양하다. 첫째, 과도한 압력이다.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혈관이 눌려 산소·영양 공급이 막히고 이와 연결된 피부·근육 조직이 괴사한다. 논밭으로 가는 물길을 막으면 작물이 말라 죽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엉덩이·팔꿈치·뒤통수처럼 눕거나 앉을 때 뼈가 튀어나오는 부위는 압력이 한곳에 집중돼 욕창이 발생하기 쉽다. 주름진 이불이나 몸 아래 깔린 전선처럼 사소한 압력에도 오래 노출되면 욕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둘째, 영양 불량이다. 체내 영양소가 부족하면 손상된 피부를 회복할 ‘재료’가 없어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저체중이거나 당뇨병 등 소모성 질환을 앓는 환자, 술·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평소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욕창이 발생, 악화할 위험도 크다. 서울아산병원 황지현 상처장루실금 간호사는 “특히 단백질은 콜라겐 합성 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조직을 재생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라며 “영양 결핍이나 만성질환으로 욕창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는 고단백 영양 보충제 섭취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셋째, 높은 온도와 습도다. 습도가 높을 땐 피부가 짓무르기 쉽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악화해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커진다. 살이 접힐 정도로 뚱뚱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환자는 평상시 피부 습도가 높은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욕창과 관련된 58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요실금·변실금이 있을 때 욕창 발생 위험은 각각 2배, 5배 높았다(간호와 건강 연구, 2014).

날이 춥다며 전기장판의 온도를 과하게 올리거나, 굳은 근육을 풀기 위해 뜸을 뜨고 열 찜질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배출되는 땀이 피부 습도를 높이는 데다 자기도 모르게 입은 화상이 욕창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고령층이나 마비 환자는 통증·열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 만큼 자신의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욕창은 초기 피부색이 빨갛게 변하거나 살이 벗겨지는 등 표면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 피부염과 달리 손가락으로 피부를 3초쯤 눌렀다 뗐을 때 하얗게 변하지 않고 계속 빨갛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이때는 피부 압박·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습윤 밴드를 붙여주는 것으로 정상 피부를 회복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듀오덤·메디폼 같은 습윤 밴드는 반창고나 거즈보다 진물 흡수가 잘되고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커 추천된다”고 말했다. 황 간호사는 “상처가 붓거나 악취가 나는 등 감염이 의심되면 베타폼을 포함한 항균 습윤 밴드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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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눌러서 빨간색 오래 가면 의심

만약 욕창이 진행해 피부 아래 지방·근육·뼈까지 손상됐다면 괴사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자연적으로 치유되기 어렵고 꾸준히 소독한들 세균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약해 전신 마취가 불가능한 환자는 수술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환자 대부분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해도 욕창이 재발한다. 박 교수는 “욕창은 예방이 곧 최선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욕창 관리의 핵심은 자세 변경이다. 일반적으로 2시간 이상 한 자세를 유지하면 중력에 의해 혈관이 눌리고 조직 손상이 시작된다. 사전에 몸을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꿔주면 압박이 해소돼 욕창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자세는 바닥에서 몸을 30도쯤 들어 올려 눕는 자세다. 욕창 발생률이 가장 높은 엉덩이뼈(천골·좌골) 부위와 바깥쪽 허벅지(대전자) 부위의 압력을 모두 줄일 수 있어서다. 황 간호사는 “뼈가 돌출한 부위에 힘이 가해지지 않고 엉덩이 부위로 압력이 분산돼 욕창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다리 사이에 베개·쿠션을 대면 뼈가 부딪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근육 긴장이 줄고 혈액순환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는 가능한 한 청결하게 유지하고, 고령층은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비타민·아르지닌 등을 보충제로 섭취해 주는 것도 욕창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가운데가 뚫린 도넛 방석, 공기를 넣고 빼면서 자세 변경을 돕는 에어 매트리스는 욕창 예방 효과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 교수는 “환자의 체중을 고려하지 않아 사용 시 바닥에 피부가 닿거나 심한 소음으로 불쾌감을 주는 제품이 적지 않다”며 “이론상으론 효과가 있을지언정 업체에 따라 제품 규격이 천차만별이라 실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황 간호사도 “도넛 방석은 욕창 주변 조직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차단해 국제 임상 간호 지침서에서도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며 “에어 매트리스보다 압력을 분산하는 효과가 큰 폼 매트리스를 쓰는 게 욕창 예방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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