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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안전대책 미흡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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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속도로 참사… 7명 사망 / 상주∼영천 상·하행선 연쇄추돌 / 30여명 부상… 4차선 13시간 마비 / 탱크로리 등 뒤엉켜 화염 휩싸여 / “안전운전만으로는 예방 역부족 / 열선 설치 등 실질적 대책 필요” / 당국, 결빙취약구간 전면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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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된 도로 지난 14일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에서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대형트럭 등이 까맣게 탄 채 뒤얽혀 있다.군위=연합뉴스


겨울철 도로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인 ‘블랙아이스’(Black Ice)로 인한 교통 참사가 주말 연쇄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지방자치단체와 도로공사 등 교통관리 당국은 도로에 눈이 쌓이면 사고 예방을 위해 염화칼슘 살포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만 블랙아이스와 관련해서는 대처가 미흡해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자들이 결빙 의심 구간을 최대한 미리 파악하고 그곳에서는 속도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4시41분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에서 트럭 등 차 10대가 연쇄 추돌했다. 뒤따라온 차들이 잇따라 추돌하면서 사고 차는 순식간에 20여대로 늘었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사고현장은 승용차와 화학물질을 실은 탱크로리, 트럭 등 수십 대의 차량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부딪친 채 뒤엉킨 아수라장이었다. 콘크리트로 된 중앙분리대도 곳곳이 파손됐다. 사고 구간 고속도로 양방향 4차선은 13시간 동안 마비됐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차에 불이 붙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부상자가 섞여 분류가 어렵고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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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블랙아이스를 사고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녹았던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날 새벽 이 일대는 오전 3시48분터 1㎜가량 비가 내렸고 기온은 영하 1.73도로 추운 날씨여서 도로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은 블랙아이스로 달리던 차들이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공단·경찰 등 관계기관이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자 16일 합동조사에 나선다. 조사단은 추돌사고 원인과 화재 등 2차 사고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관리회사의 안전조치 미비 등도 조사대상이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측은 “사고 1시간 전부터 염화칼슘 살포 차량이 운행했으며 사고 구간에도 살포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3명의 조사관을 투입한 경찰은 고속도로 관리용 CC(폐쇄회로)TV 영상과 일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국토교통부도 블랙아이스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재 지정된 결빙 취약구간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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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4시 30분께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승용차와 화물차 간 다중추돌 사고로 사고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아이스는 도로의 그늘진 곳이나 고지대, 결빙에 노출된 교량이나 고가 차도에서 자주 생긴다. 특히 일반도로보다 블랙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제동거리가 10배나 길어지고 눈길보다도 6배가 더 길어져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구간을 지날 땐 앞뒤 차량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저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겨울철 영상 기온이라고 해도 교량이나 산기슭, 터널 등 그늘이 많이 지는 곳은 일반도로보다 기온이 3도가량 낮기 때문에 얼음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요즘 도로는 산을 깎고 교량을 이어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블랙아이스가 생길 수 있는 지역이 과거보다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운전자의 안전의식만으로 이번 사고와 같은 참사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고 목격자들은 현장이 마치 스케이트장 같아 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차량이 통제 불능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염화칼슘 살포가 이뤄졌다거나 열선이 깔렸다는 증언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도로 안전대책이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와 도로공사 등은 눈이 오면 모래나 염화칼슘 등을 뿌려 도로정비에 나서는가 하면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면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만 블랙아이스 대처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교통전문가는 “위험구간에 표지판을 세워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결빙이 우려되는 지역에는 미리 모래나 염화칼슘 등을 뿌리는 등 관련 당국이 사고 예방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상습사고 구간엔 열선을 까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위=전주식·김덕용 기자 jsch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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