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첫 상장, 첫 해외공장… 시대 앞서갔던 '혁신가' 구자경 [구자경 LG 명예회장 별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70년대 기업공개로 투명경영
25년 재임동안 50개 해외법인
글로벌 경쟁 예견하고 변화 이끌어


파이낸셜뉴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왼쪽)이 구본무 회장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부전자전'. 생전 구자경 명예회장의 소탈하고 인간미 넘쳤던 풍모는 구본무 회장에게도 이어져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LG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혁신은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이며, 내 평생의 숙원이다."

1995년 1월 그룹 회장 이임식 당시 구자경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LG의 경영화두로 '혁신'을 강조하고 떠났다. 비단 LG뿐 아니라 한국 경제사에서 구자경 회장은 시대를 앞서간 '혁신의 전도사'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가 정립한 LG의 경영이념인 '고객가치 중심'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선진화에 필수적인 표상이 됐다.

■재계 혁신 전도사 '구자경'

15일 LG에 따르면 구자경 명예회장은 1970년대에 잇따른 기업공개(IPO)로 우리나라 초기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기업의 투명경영을 선도했다.

1970년 2월 그룹의 모태였던 락희화학(현 LG화학)이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어 전자업계 최초로 금성사가 기업공개를 하면서 주력기업을 모두 공개한 한국 최초의 그룹이 됐다. 이후 금성통신(1974년), 반도상사·금성전기(1976년), 금성계전(1978년), 럭키콘티넨탈카본(1979년) 등 10년간 10개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단행해 안정적 자금조달을 통한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LG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기업공개를 기업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일부 임원들은 강력히 반대했다"며 "구 명예회장은 기업공개가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것이며, 선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꺾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구 명예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주도했던 기업인이다. 25년 재임기간 50여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1982년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한국 기업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인 컬러TV 공장을 세웠다.

■글로벌 합작경영의 대명사

구 명예회장은 1960년대부터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에도 과감히 나섰다. 대표적으로 1966년 호남정유와 미국 칼텍스의 합작을 꼽을 수 있다. 50대 50으로 경영권을 양분했지만 상생과 조화라는 합작의 기본을 존중하면서 50년 넘게 동맹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1974년에는 외국과 합작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금성통신이 기업공개에 나설 당시 파트너였던 지멘스의 원활한 협조로 재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LG 관계자는 "지멘스와의 합작은 선진기술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많을 때는 10여명의 지멘스 기술자가 금성통신에 파견돼 1년 이상 머물며 금형기술을 전수해줬고, 가전부문에서도 라디오나 냉장고의 부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구 명예회장은 "럭키그룹은 두 가지 면에서 합작의 명분을 찾아왔다"며 "하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요, 또 하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것이 가능했던 건 그룹의 모태인 '인화(人和)'라는 독특한 기업풍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명예회장은 개방과 변혁이 소용돌이치는 1980년대를 겪으면서 글로벌 무한경쟁을 예견했다.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 도약을 목표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발표했다. LG 관계자는 "당시 구상은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 경영혁신을 담은 것"이라며 "특히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선진화된 경영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절대적 원칙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구 명예회장이 당시 도입한 '고객경영'은 1990년대 초반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전략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