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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헌혈은 가장 쉬운 사랑의 실천…자기 관리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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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헌혈 501회 기록…익산시 원광중 송태규 교장·아들 호선·딸 하늘씨

2001년부터 시작, 아내 염려에 철인3종경기 시작 100여회 완주

자녀 모두 100회 이상 “자부심”…일 망언에 독도로 ‘본적’ 옮겨

경향신문

송태규 원광중학교 교장(가운데)과 아들 호선·딸 하늘씨가 지난 14일 전북 익산시 자택에서 그동안 모은 헌혈기념패와 헌혈증을 들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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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위해 자신의 피를 뽑는 헌혈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북 익산에는 틈만 나면 헌혈의 집으로 달려가는 가족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가진 헌혈증이 501장이나 된다. 어떻게 헌혈을 습관처럼 할 수 있었을까. 지난 14일 만난 ‘헌혈왕 가족’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이 헌혈”이라고 답했다.

송태규씨(57)는 원광중 교장이면서 수필가다. 그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271회의 헌혈을 했다. 처음엔 매년 두 차례 헌혈대에 올랐지만 2008년부터는 한 해 스무 번 이상 소매를 걷었다.

“고교 시절에도 헌혈에 관심이 있었어요. 수업을 한 시간 빼먹을 수 있었거든요(웃음). 학교로 찾아온 헌혈 버스에 올랐는데 체중 하한선인 50㎏을 넘기지 못해 ‘퇴짜’ 맞았죠. 그러다가 교편생활을 하던 2001년 학교에 온 버스에서 처음으로 헌혈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교편을 잡은 뒤엔 헌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과학 문명이 발달했지만 사람의 피는 만들어낼 수 없으니 이보다 더 큰 사랑 나눔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하루에 필요한 혈액 1만3000팩을 채우는 데 일조하겠다고 결심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꾸준히 헌혈할 수 있어요. 헌혈 2~3일 전에는 음주는 물론 감기약도 먹으면 안됩니다.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는 것은 기본 가운데 기본이지요. 해외에 다녀오면 두 달 정도 헌혈을 쉬어야 합니다. 대학원 다닐 때는 헌혈 때문에 해외 졸업여행을 포기한 적도 있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헌혈의 집으로 달려가는 그를 가족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가장 근심 어린 눈길을 보낸 이는 아내 김서연씨(54)였다. 송 교장은 “말이 필요 없었죠, 더 건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철인3종경기를 2004년부터 시작했어요.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하는 운동인데 대회 완주 메달만 100개가 넘습니다. 이러니 가족들 걱정이 싹 사라졌지요. 되레 아내는 자신도 헌혈을 해보고 싶다며 시도했지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불발됐어요. 대신 아내는 건강한 식단을 챙겨주는 지원군이 됐지요.”

아버지의 솔선수범은 대를 이었다. 아들 호선씨(28·육군 51사단·대위)는 현재까지 121회, 딸 하늘씨(25·익산시청 공무원)도 109회 헌혈했다. 국내 미혼여성 가운데 헌혈 100회를 넘긴 사람은 손가락에 꼽는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아버지와 철인3종경기를 시작하면서 헌혈의 집에 갔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군에서도 헌혈 위험지역이 아닐 경우 소대원들이 동참하겠다고 하면 인솔해서 헌혈의 집을 찾고 있는데 장병들도 아주 행복해합니다.”(호선씨)

“대학 1학년 때 아빠와 오빠를 따라가 헌혈을 시작했어요. 가족의 분위기와 간호학을 전공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여졌어요. 헌혈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처음 데리고 간 친구가 엊그제 30회를 돌파해 은장을 받았을 때 뿌듯했어요. 앞으로도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령사가 될 거예요.”(하늘씨)

이 가족은 2008년 가족관계 등록기준지(본적)를 독도로 옮겼다. 일본의 독도 망언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송 교장의 제안에 아내와 아들, 딸은 두말없이 따랐다. 익산역 광장에 들어선 평화의소녀상은 역광장에 세워진 전국 최초 소녀상이다. 이 소녀상 건립에 송 교장은 상임대표를 맡았다. 그가 재직했던 학교 교정에도 작은 평화의소녀상이 제막돼 있고, 이 학교 학생들은 평화의소녀상 배지 제작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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