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몸무게 4배 충격···노인 덮치는 '블랙아이스 낙상' 닷새가 고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겨울철 길거리 낙상, 노인에 특히 치명적

젊은층, 운동 중에 속도 못 이겨 다치기도

5일 이상 통증 이어지면 반드시 병원 가야

블랙아이스 넘어진 뒤 통증에는 찜질 좋아

중앙일보

길거리에 짙게 깔린 블랙아이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ㆍ하행선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졌다.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갑작스레 내려갈 때 도로가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걸 말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겨울철 자동차사고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블랙아이스를 조심해야 하는 건 운전자만이 아니다. 길을 걷는 행인들도 주의해야 한다. 블랙아이스를 밟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는 낙상 사고로 크게 다칠 수 있어서다.

경기 안양시 문모(64)씨는 지난 4일 블랙아이스가 깔린 빙판길을 무심코 지나다가 미끄러졌다. 급하게 손으로 땅을 짚는 과정에서 손목이 부러졌다. 그는 병원 응급실을 찾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 길거리 낙상은 노인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낙상으로 입원한 노인 환자는 2016년 기준 3만2000명으로 2012년(2만8000명)보다 14% 늘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낙상 입원율도 증가했다. 특히 80대 이상 낙상 입원율은 60대의 4배에 달했다.

중앙일보

겨울철 연령별 낙상 입원율(2016년). 연령대가 오를수록 입원율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고령자들은 집 바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낙상이 잦았다. 2012~16년 겨울철 낙상 입원 환자가 발생한 장소는 길ㆍ간선도로가 17.3%로 겨울을 제외(8%)한 시기의 두 배 이상이었다.

낙상 당시 활동도 ‘이동 중’이 11.1%로 겨울을 제외(8.4%)했을 때보다 많았다. 보도에 깔린 블랙아이스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낙상 사고가 생겼을 때 주로 다치는 곳은 두개골과 척추, 고관절 등이었다.

고령자가 더 위험하지만 젊은 층도 낙상 사고 위험에서 안전하지만은 않다. 날씨와 상관없이 꾸준히 야외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김석우 교수는 "연령대가 젊은 낙상 환자도 겨울에 더 많이 온다. 운동을 하다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미끄러져 다치는 식이 많다"고 말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낙상은 어떻게 발생할까. 겨울에는 날이 춥다보니 몸을 잔뜩 움츠리고 걷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발목을 삐끗하거나 반사적으로 손을 먼저 뻗다가 손목이 부러지기도 한다. 기온이 낮으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기 때문에 뼈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면서 부상 위험도 커진다.

낙상 후 '엉덩방아 정도니까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뒤로 넘어졌을 때 엉덩이에 가해지는 충격은 몸무게의 4배 정도다. 척추로 충격이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꼬리뼈나 척추에 골절이 올 수도 있다. 낙상 후 통증이 5일 이상 이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동탄시티병원 척추센터 임상윤 원장은 "낙상 후 통증이 같은 부위에서 계속되면 집에서 혼자 치료하기보다 정밀 검사를 받고 문제가 커지는 걸 빨리 막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한파가 닥친 겨울 밤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이 많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랙아이스로 다치는 걸 막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손이 주머니 속에 있으면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고관절이나 얼굴을 직접 다칠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보온용 장갑을 끼는 게 낫다.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챙겨 신고 평소보다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걷는 것도 중요하다.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넘어졌다면 급히 일어나기보다 부상 부위를 찬찬히 살피고 움직여야 한다. 통증과 부기가 있으면 냉찜질을 먼저 해주고, 어느 정도 좋아졌다 싶을 때 온찜질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낙상 후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김석우 교수는 "블랙아이스는 일반적으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 많이 있다. 이게 위험하다는 걸 미리 인지하고 조심하면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 겨울철 낙상 예방을 위한 주의 사항

▶눈길·빙판길은 이용 않기



▶계단보다 승강기 이용하기

▶경사진 도로·불규칙한 지면 도로는 우회

▶가급적 장갑 끼고 주머니에서 손 빼고 활동

자료 : 질병관리본부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