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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뱃지` 뭐길래…출마용 `간이역`된 공공기관장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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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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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들의 탈출 '러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부분 정권 탄생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자리를 받은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다. 재임기간 동안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자신의 출마예상지역에 선심성 혜택은 아낌없이 쏟았던 것으로 나타나 세간의 눈총이 따갑다. 공공기관장 자리가 '총선용 발판'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19일 퇴임예정이다. 2017년 11월 29일 한국도로공사 제17대 사장으로 취임한 후 1년 이상 임기가 남았다. 이 사장은 퇴임을 앞두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을 모두 직접 고용하겠다고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밝혔다.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에 이어 남은 재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민주노총 소속 수납원의 요구대로 1심 계류 중인 나머지 수납원 모두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게 도로공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이 사장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퇴임직전 '선심성 직고용'을 결정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장이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북본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 이런 민심을 달래기 위해 퇴임 직전에 직고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지역구 출마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풀었다는 비판도 많다. 2664㎡(약 800평)규모 236억원이 투입되는 남원지역 춘향 휴게소 설치를 추진했다. 또 남원시와 절반씩 예산을 투입하는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대강하이패스나들목 설치도 이 사장 재임시절 결정됐다.

공공기관의 사회공헌비용을 자신의 지역구에 집중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지역 사회공헌사업 44건 가운데 54.5%인 24건이 부산 남구에서 진행됐다. 부산 남구는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가 유력한 곳이다. 이 사장은 지난 19, 20대 총선 당시 부산 남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두 차례 출마했다가 낙마한 경력이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회공헌사업의 절반 이상을 특정지역에 집행했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선거운동에 직원을 동원했다는 구설수도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추석 김성주 이사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전주시 덕진구에만 이사장 이름이 명시된 현수막을 게시했다. 전주 덕진구는 20대 총선에서도 김 이사장이 출마한 지역이다. 김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국민연금이 단 한번도 명절 현수막을 제작하거나 게시하지 않았다. 다른 공공기관 현수막을 보더라도 대부분 기관장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후원물품 전달사업 금액 비중도 김 이사장의 정치적 기반인 전주 지역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18차례 후원물품 전달사업 중 13회(72%), 금액으로는 9546만원(67%)이 전주 지역에 투입됐다.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직접 전주시 덕진구 한 노인정에 찾아와 온누리 상품권 1만원권 100장을 제공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충북 청주에 출마 예정이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 노조로부터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충북 도내에서 집중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9월 충북혁신도시 한국가스안전공사 압수수색과 김 사장 소환 조사 등을 벌여 최종적으로 김 사장과 직원 6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사장과 같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송치된 직원 1명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다른 직원 5명은 자금을 특정 기관에 우회적으로 지원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본인의 선거 홍보를 위한 의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가스안전공사는 2017년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정진우 인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최소한 선거 등 개인적 일신을 위해 중도 퇴임을 하는 경우 받은 연봉을 반납하토록 하는 등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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