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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질’···과거로 회귀한 게임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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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리니지2M·넥슨 V4 일단 성공… 현질·과금엔 우려 목소리



게임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분다. 훈풍의 시발점은 엔씨소프트다. 지난 11월 27일 출시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 리니지2M은 이른바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장기 집권해온 리니지M을 2위로 밀어내고 단숨에 선두에 올랐다. 리니지2M의 2주간 누적 매출은 약 474억원, 일일 매출은 3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엔씨소프트는 넥슨·넷마블에 이어 내년에 ‘2조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11월 7일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V4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첫날 매출 50억원을 올린 뒤 출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모바일게임 순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최근 발매하는 신작마다 실패를 거듭했던 넥슨은 V4의 선방으로 숨통을 트게 됐다. 매각 실패와 실적 부진 악재에 빠져 있던 넥슨은 V4를 계기로 반등을 노린다. 두 게임 공룡의 잇따른 성공을 두고 정작 게임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위기를 앞당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회사가 출시한 게임의 만듦새가 ‘아재’들의 지갑을 겨냥한 사행성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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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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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유저 비중 큰 사행성 게임

같은 장르(MMORPG)의 게임인 리니지2M과 V4는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다. 두 게임은 모두 언리얼엔진4 기반으로 제작됐다. PC와 모바일에서 게임이 가능한 크로스 플랫폼을 차용한 점도 같다. 무엇보다 두 게임의 가장 큰 공통점은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높은 과금 모델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리니지2M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과금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이다. 게임 타깃층도 구매력 높은 30~40대로 선정했다. 케이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리니지2M의 30~40대 유저 비중은 73%에 달한다. 10~20대 신규 유저의 흡수보다 구매력이 높은 기존 30~40대 ‘린저씨’를 전략적으로 택한 셈이다.

게임 출시 이후 리니지2M은 ‘익숙한 비판’에 시달렸다. 정작 게임 콘텐츠는 낡았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구조만 더 정교하게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리니지2M은 ‘현질(현금 구매)’을 극대화한 ‘과금 엔진’을 기반으로 그 위에 게임이라는 UI(유저인터페이스)를 입혔다고 볼 수 있다”며 “적어도 과금 유도 부분에서만큼은 월드 클래스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매력 있는 ‘아재’ 타깃 전략은 현재 게임 시장에서 통용되는 카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른 하드코어 유저를 상대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타깃층이 뚜렷한 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10대와 20대 등 잠재력을 가진 유저를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다. 제2, 제3의 ‘린저씨’ 만들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30~40대 맞춤형 과금 게임 양산은 미래를 포기하고 당장의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인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엔씨는 당장의 캐시카우를 스퀴즈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2017년 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적자를 이어오던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는 신작 게임 V4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넷게임즈는 자본잠식률 55.1%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2019년 상반기 기준)에 빠진 상태다. 넷게임즈는 한때 상장폐지까지 거론됐지만 V4의 초반 흥행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V4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롱런’ 여부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V4 역시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유저에게 유리하도록 설계한 게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혹평의 이유다. V4의 구글 플레이 평점은 5점 만점에 3.4점에 불과하다.

V4의 타깃층도 확률형 아이템과 과금 구조에 익숙한 30~40대 유저들이다. 실제 V4의 30~40대 유저 비중은 전체 유저의 64%에 달한다. V4는 새로움을 내세웠지만 수익 구조와 과금 모델, 타깃층까지 이전 게임들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V4 출시 이후 넷게임즈의 주가는 하락했다. 서비스 시작 4주 만에 서버 통합도 이뤄졌다. 신규 유저의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서버를 추가로 오픈하는 것이 흥행 게임이 밟는 일반적인 절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 내부에서는 V4로 한탕 치고 빠지는 전략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라며 “당장 비판을 받더라도 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는 계산에서 나온 게임”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돈슨’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과금 게임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중국발 던전앤파이터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현재 넥슨을 지탱하는 캐시카우다.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이자 넥슨 계열사인 네오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157억원을 올렸다.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이 던전앤파이터의 로열티 수익이었다. 넥슨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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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신작 게임 V4 / 경향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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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회귀한 게임 공룡’ 비판의 소리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던전앤파이터의 유저 이탈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내 월간 실행 횟수는 지난 6월 919만 회에서 9월 410만 회로 줄었다(중국 슌왕싱미디어 온라인 핫리스트). 3개월 만에 이용자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여파에 따라 넥슨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위기를 맞은 넥슨은 새로운 실험을 중단하고 흥행이 보증된 기존 IP(카트라이더·던전앤파이터·바람의 나라)와 과금 기반 게임으로의 회귀를 택했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가운데 듀랑고 등 비교적 혁신적인 게임을 출시했던 넥슨은 기대작 ‘페리아 연대기’를 포함해 신규 게임 프로젝트 5종을 잇달아 취소했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던전앤파이터가 잘나가는 동안 실패해도 좋으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던 정상원 전 넥슨 총괄 부사장은 넥슨 신작 게임의 잇따른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이와 함께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했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기존 IP를 활용한 수익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실제로 올해 넥슨이 서비스를 종료하고 개발을 중단한 게임은 16종에 달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무너지면 넥슨으로서는 방어할 카드가 하나도 없다”며 “매각 실패 뒤 게임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다시 생긴 것이 아니라 당장의 수익 보전을 위한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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